8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소장 공백 사태로 심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헌재는 남성을 차별한다며 로스쿨 준비생이 제기한 이른바 '이화여대 로스쿨사건'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이 제기한 긴급조치 1ㆍ2ㆍ9호 헌법소원 사건 등에 대한 공개변론을 마치고도 아직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 서울대 법인화 반대 공동대책위원회의 헌법소원 사건과 휴대폰 번호 010 통합 위헌 여부 등도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공백 사태가 지속될 경우 헌법재판관 '7인 체제'로 접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송 재판관의 임기가 22일이면 끝나 9명의 재판관이 있어야 할 헌재에 재판관 7명만 남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물론 이론상으로는 7인 체제에서도 심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헌재법에 따르면 재판관이 7명 이상이면 위헌법률ㆍ권한쟁의ㆍ헌법소원 사건의 선고는 할 수 있다. 그러나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리려면 재판관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만약 재판관이 7명밖에 없다면 2명만 반대해도 위헌 결정이 불가능하다. 위헌 여부를 가리는 헌재의 존립 목적 자체가 흔들려 7인 체제는 사실상 '헌재의 기능 정지'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헌재소장 공백 사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6년 소장으로 지목된 전효숙 전 재판관이 지명철회됐던 당시 140일 동안이나 헌재소장 자리가 비었던 적이 있다. 2011년 7월 이후 1년2개월 동안은 조대현 전 재판관의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아 8인 체제로 운영되기도 했다. 지난해 9월에는 김종대ㆍ민형기ㆍ이동흡ㆍ목영준 재판관의 임기가 동시에 끝나고 국회의 재판관 선출 절차가 늦어지면서 일시적으로 재판관 5인 자리가 비었던 사례도 있다. 그러나 일주일 만에 후임자가 취임하면서 금세 정상체제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40일이 넘도록 헌재 소장 공백이 발생하면서 업무에도 차질이 빚어지자 헌재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무책임함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청와대가 이동흡 전 후보자 이후 인선을 서둘러야 하지만 정부조직법 개편안 등을 둘러싼 정치공방에 밀려 아직 소장 후보자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퇴임이 다가오는 송 재판관의 후임 인선도 아직 안갯속이다.
현재 헌재소장 후보로는 박일환ㆍ김영란 전 대법관과 목영준ㆍ민형기 전 헌법재판관, 박한철 현 헌법재판관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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