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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싸, 가자! 에너지 다이어트] <3> 시작은 나부터

"전력난에도 절전은 불편" 아직도 많아… 이젠 국민의식 바꿀때<br>문열고 에어컨 가동땐 과태료 불구 상점들 전혀 개선의지 안보여<br>26도 유지·피크시간대 사용자제 등 시민들 스스로 태도 변화 나서야

정부가 에너지 절약을 위해 7월 1일부터 문을 열고 에어컨을 트는 가게에 최고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밝혔지만 서울 명동의 상점들은 손님 유치를 위해 문을 활짝 연 채 영업을 하고 있다. /서울경제 DB



지난 19일 오후1시 서울 명동 거리는 점심을 먹으러 나온 주변 회사원들과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볐다. 이날 서울 낮 기온은 33.5도까지 올라갔다. 12년 만의 6월 최고기온으로 햇볕 아래에 조금만 있어도 금세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는 더운 날씨였다.

주요 상점들은 더위에 지친 손님들을 맞기 위해 하나같이 에어컨을 강하게 틀어놓고 있었다. 문제는 상당수 가게들이 출입문을 활짝 열어놨다는 것. 더운 바깥 공기가 밀려드는 것을 막기 위해 에어컨은 쉴 새 없이 찬바람을 만들었고 전력량계는 빠른 속도로 돌아갔다.

여름철 전력난을 예상한 정부는 에너지 낭비를 줄이기 위해 오는 7월1일부터 문을 열고 에어컨을 트는 상점들에 대해 최고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시행이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일선 가게들은 문을 닫고 영업할 의지가 전혀 없어 보였다. 의류매장에서 일하는 김모(35)씨는 "에너지 절약도 필요하지만 문을 열어놔야 더 많은 손님들이 들어오고 매출도 올라가기 때문에 가게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행태는 소비자들이 조장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이 열려 내부가 잘 보이고 시원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는 매장을 찾는 것은 인지상정(). 결국 손님이 원하는 환경을 가게들이 만드는 과정에서 심각한 에너지 낭비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전력상황을 살펴보면 더 이상 에너지 낭비를 관대하게만 볼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21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극심한 가뭄과 더불어 더위가 일찍 찾아오면서 전력 운용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7일에는 예비전력이 350만㎾ 밑으로 떨어지며 지난해 9월 이후 9개월 만에 전력수급경보가 '관심' 단계를 가리켰으며 19일에도 낮 한때 400만㎾가 무너졌다.

전경희 전력거래소 차장은 "여름철에는 온도가 1도 상승할 때마다 전기 100만㎾를 더 쓰게 된다"며 "예비전력이 300만㎾대까지 떨어지면 갑작스러운 발전소 고장이나 전력 수요 증가로 정전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여름도 아닌데 전기 수급이 빡빡해진 것은 본격적으로 전기사용이 증가하는 7~8월을 앞두고 발전소 일부가 정비 중인 가운데 이른 더위로 전력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전력거래소는 올여름이 끝나도록 국내 전기사정이 살얼음판을 걸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규모 정전을 뜻하는 '블랙아웃' 상황이 우리나라에도 닥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9월15일 우리는 일시적인 정전이 불러오는 혼란을 경험했다. 당시 가을철 무더위로 예비전력이 크게 줄어들면서 한국전력은 전국 곳곳을 순환 정전시켰다. 예고 없는 정전으로 신호등이 꺼지고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크고 작은 불편과 함께 일부 산업체는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잠깐의 정전이 초래한 결과다. 같은 시기 미국 남부 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으로 피해를 입은 주민이 600만명, 피해액은 1억1,800만달러에 달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역시 에너지 절약을 미덕이 아닌 생존을 위한 의무로 인식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에너지 절약은 어떻게 해야 할까. 지식경제부와 에너지관리공단이 올여름을 맞아 배포한 절전행동요령에 따르면 ▦실내온도 26도 이상 유지 ▦전력 피크 시간대(오후2~5시) 전기 사용 자제 ▦사용하지 않는 가전제품 콘센트 뽑기 ▦출입문을 닫고 냉방 ▦사용하지 않는 곳의 냉방ㆍ조명 자제 등을 각 가정과 사무실, 상점에서 실천할 수 있다. 어렵거나 새로운 사실들이 아닌 평소에도 자주 접했고 일상생활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것들이다.

결국 에너지 절약은 의식을 바꾸고 마음을 먹는 데 달려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해 11~12월 에너지관리공단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대상 1,016명 가운데 99.4%가 에너지 절약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지만 이 가운데 3분의1은 '습관이 되지 않아서' '생활이 불편해서' 등의 이유로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불편하더라도 에너지 절약을 하고 싶다'는 의견 비율은 2010년 92%에서 2011년 86%로 되레 감소했다.

김상명 에너지관리공단 생활실천홍보실 팀장은 "행동요령을 잘 모르는 시민들에게는 구체적인 실천법을 홍보하면 되지만 알면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시민들의 태도에 변화를 주기는 쉽지 않다"며 "시민 스스로 움직일 때 진정한 에너지 절약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에너지를 절약하고 블랙아웃 같은 재앙을 예방하는 데는 시민들의 의식 변화와 자발적인 참여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앞서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에어컨을 튼 채 문 열고 영업하는 사람을 이상하게 여기고 찾지 않으면 (에너지 낭비 환경이) 차츰 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게 문을 닫고 에너지 낭비를 줄이는 것은 최고 300만원의 과태료도, 비싼 전기료도 아닌 시민들의 판단과 발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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