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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교체, 주주가치에 악재로… 기업도 '사령탑 바꾸기' 신중

■ 글로벌마켓 인사이드


경영쇄신 나선 英 테스코 새 CEO 취임 직후 주가 40%
伊 안경업체 룩소티카도 비슷

갑작스런 강제 해임은 물론 계획된 승계에도 단기 하락
"경영전략 불확실" 인식 퍼진탓

지난해 2500곳 중 해임 14% 2000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


지난해 7월 영국의 대형 유통업체인 테스코는 실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최고경영자(CEO)인 필립 클라크를 해고했다. 후임은 고객 개발과 사업 전략 등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데이브 루이스 고객관리 담당 사장으로,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자회사 매각과 감원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경영 쇄신을 위한 CEO 교체에 주식시장은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실적 악화에도 런던 증시에서 주당 280파운드를 웃돌던 테스코 주가는 CEO 교체 소식이 전해진 7월 이후 급락하기 시작, 새 CEO가 취임한 10월 이후 160파운드대로 40% 가량 하락했다. 지난해 가을에 때마침 불거진 분식회계 논란도 크게 작용했지만, CEO 교체로 조직 기반이 취약해졌다는 점도 적잖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들어 전반적인 증시 활황세를 타고 어느 정도 회복했지만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여전히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해 9월 CEO를 교체한 이탈리아의 안경 제조업체 룩소티카(Luxxotica)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회사를 10년 넘게 이끌어 온 안드레아 구에라 CEO가 회사 지배구조를 둘러싸고 레오나르도 델 베키오 창립자 겸 회장과의 갈등 끝에 사임한 뒤, 안정적이던 회사 주가가 요동쳤다. 특히 구에라 CEO가 회사를 떠나고, 후임 내정자마저 불과 수 주 만에 회사를 떠나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룩소티카 주가는 13%의 폭락을 경험했다.

이는 CEO 교체라는 변수가 주주 가치에 얼마나 큰 타격을 입히는 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컨설팅업체인 스트래티지앤드(옛 부즈앤드컴퍼니)가 세계 2,500개 주요 상장사의 CEO 승계 과정을 조사한 결과, 사전 승계계획 없이 CEO를 해임한 기업의 시장 가치는 평균 18억달러 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CEO 해임은 그 자체가 회사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CEO 교체를 전후한 주가 하락은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컨설팅 스트래티지앤드의 조사 결과 기업의 주가는 갑작스러운 강제 해임은 물론 사전에 계획된 CEO 승계에 대해서도 단기적으로는 하락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보도했다. 통상 예정된 경영승계가 기업 거버넌스에 긍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만큼 이는 의외의 결과다.

조사에 따르면 사전 계획에 따라 CEO 승계가 이뤄져도 인사 이듬해에 해당 기업의 평균 총주주수익률(TSR)은 상장된 거래소의 평균 주가지수 상승률을 1.4~3.5%포인트 밑돌았다. 페르올라 칼슨 스트래티지앤드 파트너는 "CEO가 교체되면 경영 전략이 바뀌거나 경영 우선순위가 재조정되는 등 회사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이는 조직 전반으로 확산되기 마련"이라며 "게다가 새로운 경영 스타일을 찾을 때까지는 사업이 지연돼 모멘텀을 놓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요인들이 단기적으로는 주주 가치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애버딘 애셋 매니지먼트의 앤 리처드 최고투자책임자(CIO)도 "경영 상태가 좋을 때 임명된 CEO는 조직의 과감한 변화 시도를 꺼릴 수 있다"며 계획된 승계가 주주 가치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설명했다. 게다가 사전에 계획된 승계 작업을 통해 임명되는 CEO에 대해서는 시장의 만족도가 충족되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심각한 경영상의 문제 때문에 강제 해임된 CEO의 후임자는 단시일 내에 성과를 올리려 하겠지만, 예정된 승계에 따라 CEO 자리에 오를 경우 시장에 "긍정적인 서프라이즈"를 주기 어렵다고 리처드 CIO는 지적했다.

이처럼 어떤 경위로든 CEO 교체가 주주 가치에 악재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기업들도 CEO 교체에 점차 신중해지고 있다. 지난해 주요 2,500개 상장사 가운데 CEO가 교체된 기업은 총 357개로 전체의 14.3%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다만 CEO가 강제로 해임된 경우는 14%로, 스트래티지앤드가 조사를 시작한 2000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CEO의 강제 해임 비율이 10%까지 낮아질 경우 전체 시장 가치는 600억달러 가량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스트래티지앤드는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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