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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중소기업, 자영업자, 서민


요즘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는 최대 화두는 정치ㆍ경제를 막론하고 모두 중소기업ㆍ골목상권ㆍ서민이다. 한국사회의 쏠림 현상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요즘 같아서는 중소기업인지 대기업인지, 골목상권의 영세 자영업자인지 아닌지, 정체와 본색을 밝히도록 강요당하는 기분이 든다. 대통령 선거 이후 52대 48로, 2030세대와 5060세대로 나뉜 여론을 봉합할 겨를도 없이 전국민이 또다시 거대한 편가르기에 가세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이런 결정의 고민을 안고 있는 곳 중 하나가 동반성장위원회가 아닐까 싶다. 11개 서비스 업종에 대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앞두고 있는 동반위의 최대 아킬레스건은 제과업이다. 빵집이 적합업종에 지정되면 파리바게뜨ㆍ뚜레쥬르 간판을 단 빵집들은 당장 생계형 자영업자가 아니라는 결론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대기업 프랜차이즈 간판을 달고 가맹점으로 빵집을 운영하는 사람과 동네 개인 빵집을 운영하는 사람을 굳이 구분짓고 한쪽에 불이익을 감수하라는 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 동반위의 고민이 깊은 것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은 대기업으로부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아무리 취지가 좋더라도 '대기업 간판 달고 있으니 대기업, 동네 빵집 간판을 달고 있으니 중소기업'이라고 단순무식하게 나눌 수는 없는 일이다. 특히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은 커피전문점ㆍ마트ㆍ기업형슈퍼마켓(SSM)ㆍ편의점까지 빵을 팔고 있는데 프랜차이즈 대기업만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한다고 개인 빵집이 살아나겠느냐고 주장한다.

연초부터 논란이 된 신용카드 무이자 할부 중단도 비슷한 맥락이다.

지난해 말부터 시행된 여신금융전문법(여전법)의 개정 취지 역시 골목상권 보호였다. 카드사가 100% 무이자 할부이자 비용을 냈지만 정부는 이 비용이 영세 자영업자들로부터 받은 높은 수수료에서 나왔다고 판단해 영세업자의 카드 수수료를 내려주고 할부이자 비용을 카드사와 대형가맹점이 절반씩 분담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영세사업자의 수수료를 내린 대신 대형마트 등 대형가맹점에는 수수료를 인상한 것도 모자라 할부이자 비용까지 내라고 하니 저항을 부를 수밖에 없었던 것.



영세 사업자들이 카드 수수료를 덜 내게는 됐지만 이들 역시 대형마트나 가전매장ㆍ병원 등에서는 신용카드로 지불하는 소비자인 만큼 무이자 할부 구매를 할 수 없게 됐으니 꼭 이익을 봤다고만 할 수도 없다. 한꺼번에 목돈 결제가 힘든 서민들이 할부 결제를 주로 이용하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불편과 불만은 서민 몫이다. "돈 없는 서민들이나 할부 구매를 하는데 서민만 죽어라 죽어라 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오는 이유다. 영세사업자를 혜택을 줘야 하는 입장으로만 생각하고 이들이 혜택을 받는 입장일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결과이기도 하다.

요즘 이런저런 상황을 보면 정부가 갈등을 중재하고 해결하는 기능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충돌을 조장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정부가 앞장서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나누고 골목상권과 중심상권을 구획지으며 서민과 자영업자를 편가른다. 중소기업과 골목상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에만 매몰돼 다른 곁가지들은 다 무시해도 된다는 태도로 여겨질 정도다. 살아 있는 생물이라는 경제활동에 얼마나 많은 복잡다단한 변수가 작용하는데 무 자르듯 싹뚝 잘라 구분지을 수 있단 말인가.

새로 탄생할 정부가 기치로 내건 국민 대통합은 무조건 어느 한쪽 편을 들어주고 어느 한쪽은 양보하라는 '강압적인'방식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좀 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조금씩 양보하는 '자발적인'선진 시민의식으로의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는 걸 온 국민이 공감해야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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