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인재의 이공계 기피는 국가의 인재 흐름을 편중시키고 연구개발(R&D) 기반 산업의 인적 인프라를 약화시켜 과학과 기술이 주도하는 사회적 흐름까지도 변화시킬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이슈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과학기술 분야의 분위기와 구조로는 고착된 인재 유출을 막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여진다. 그렇다면 과학강국 달성을 위한 우수 인재 확보의 묘안은 과연 무엇일까.
전문화된 교육시스템에 투자 확대
한국 과학정책 중 성공적이라 평가하고 있는 것이 바로 특화된 과학교육기관의 설립 및 운영이다. 과학영재교육원과 과학고등학교의 설립은 과학에 소질 있는 학생들이 조기부터 특화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을 제공했다. 또한 이들이 한국과학기술원ㆍ광주과학기술원ㆍ대구경북과학기술원과 같은 국가의 핵심 과학교육대학 및 대학원에 진학해 특화된 과학 인재로 길러질 수 있는 연계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한국의 급속한 과학발전의 주요한 원동력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도 과학기술 특화 교육기관만으로는 이러한 이슈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어떤 해법이 추가적으로 도입돼야 할까.
가깝게 필자가 재직 중인 대구경북과학기술원 (DGISTㆍ디지스트)의 도전적인 시스템에서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보았다. 디지스트는 국가의 핵심 과학교육기관 중 하나로 2011년에 본 캠퍼스를 개교했으며 2014년에 열릴 학부는 전공 구분 없이 무전공 시스템으로 다양한 분야를 고르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후에 진학하게 될 대학원 과정은 이미 운영 중이며 특별하게도 기존 일반 대학원에 개설된 학과가 아닌 보다 특화된 6개의 전공학과(뇌과학ㆍ신물질과학ㆍ로봇공학ㆍ차세대생명과학융합ㆍ정보통신융합공학ㆍ에너지시스템공학)로 구성돼 있다. 대학원 학생들에게 전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과학 연구 분야를 제시하고 집중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디지스트의 도전은 매우 고무적이며 전문화된 인재 양성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디지스트는 세계 초일류 융복합 연구중심 대학을 표방하며 융복합 연구를 위한 정책 및 재정이 잘 마련돼 있어 6개의 특화된 대학원 전공 학계 간 융복합은 매우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정착 돼가고 있다. 또한 학비 전액과 연구비, 생활비를 국비로 지원하고 모든 박사과정 학생에게 병역 혜택을 주고 있으며 학생들이 최고의 과학자로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뒷받침을 해주고 있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이공계 기피현상 극복을 위해 중요한 것은 현실적으로 제약이 많은 우수 인재 선발에 힘쓰기보다는 우수한 인재로 길러낼 수 있는 전문화된 교육시스템과 지원이라고 본다. 디지스트는 아직 신생학교이기 때문에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이러한 교육시스템을 통해 이미 단계적으로 놀랍게 성장하고 있다. 실제로 외국인 학생을 비롯해 매년 신입생 선발에는 정원의 몇 배 이상의 지원자들이 몰리고 있다. 새롭고 낯선 시도지만 성공한다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세계 수준의 과학 인재 양성을 위한 최적화된 시스템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우수한 인재 선발보다 육성에 힘써야
개인적인 바람을 더한다면 과학자들의 연구 과정과 결과를 높이 평가해주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수반돼야 이공계 이탈을 막고 기초과학의 밝은 미래를 전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학강국을 위한 글로벌 인재 양성에 재 도전장을 낸 한국 과학교육계의 선도적 시도들이 결실을 맺어 전문적으로 양성된 고급 과학 인재들이 넘쳐나는 과학강국으로서의 한국의 미래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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