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55분 우리 초병들 총성 듣고 경계 강화
오후 4시50분 군부대·민간지역 등서 파편 발견
오후 5시30분 경고 방송후 北GP에 기관총 발사
오후 6시00분 양측 총격 주고 받은후 사격 종료
'다시 극한 대결 양상으로 되돌아가나.' 북한이 삐라(대북전단)를 담은 대형풍선에 대해 사격을 가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10일 오후6시20분부터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총격 사실을 처음 알린 것은 언론. 연천 현지에서 탈북자단체들을 취재하던 언론에 의해 영상으로 전해졌다. 군이 사실을 확인해주고 대응사격까지 실시했다고 밝힐 즈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군사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임하던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긴급하게 자리를 떴다.
연평도 피폭(2010년 11월) 이후 처음인 남측 민간인 지역에 대한 북측의 공격이 주는 초기 긴장감과 속보 경쟁 속에 실제보다 부풀려진 속보가 나갔으나 실제 상황은 조금 다르다. 우선 처음 알려진 대로 '포격'이 아니라 '총격'이 일어났다. 조준 사격도 없었다. 대포가 아니라 기관총·개인화기로 서로 최소한의 자존심을 위한 교전으로 평가된다. 남북 양측이 확전을 피하려 했음은 교전상황 곳곳에서 감지된다.
◇교전 상황=대북전단을 살포하면 바로 원점을 타격하겠다는 북한의 경고에도 탈북자 단체들은 이날 오후2시부터 파주와 연천 두 곳에서 대형 풍선을 날렸다. 행사가 끝나고 탈북단체 회원들이 돌아간 뒤 오후3시55께 전방 초소 우리 군 초병들의 귀에 북에서 발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총성이 간헐적으로 들려왔다. 군은 경계를 강화했고 오후4시50분께 민통선 일대 아군 부대 주둔지와 민간지역인 삼곶리 중면사무소 일대에서 북측의 14.5㎜ 고사총탄으로 추정되는 파편 수발이 떨어진 채 발견됐다.
이에 군은 오후5시30분부터 대북 경고방송을 내보낸 데 이어 10분 뒤에 적 전초기지(GP) 일대에 12.7㎜ K-6 기관총 40발을 쏘았다. 대응사격 지점을 적 GP로 삼은 이유는 우리 측 지역에 파편을 낙착시킨 14.5㎜ 고사기관총을 쏜 지점을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적의 도발에 대한 매뉴얼은 도발 원점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 가장 가까운 곳으로 추정되는 적의 GP에 대해 대응 사격하라고 규정돼 있다.
사격을 받은 북한군 GP에서는 아군을 향해 총탄을 날렸다. 오후5시50분께 적의 개인화기에서 발사된 것으로 추정되는 수발의 탄약의 아군 GP 위로 날아가는 소리를 초병들 귀에 들렸다. 여기에 10분 뒤 아군도 적 GP를 향해 대응 사격을 가했다. 개인화기인 K-2 소총으로 10여발을 쐈다. 사격 종료 시점이 오후6시. 10분이 지난 오후6시10분 합참은 인접 2개 사단에 진돗개 하나를 발령했으나 상황은 바뀐 게 없다. 오후9시에는 진돗개 하나 발령도 해제됐다. 오후6시30분부터 민간단체가 철원군 대마리 지역에서 대북전단을 40분간 날렸어도 북측의 특별한 동향은 관측되지 않았다.
◇확전은 서로 피했다=양측은 서로 확전을 자제했다. 먼저 북한은 사전 경고와 달리 대북전단 살포 원점에 대고 사격하지 않았다. 민간단체들이 현장에서 철수한 뒤 허공에 떠서 바람을 타고 북쪽으로 날아가는 풍선을 조준한 것으로 보인다. 아군 주둔지와 민간지역에서 낙탄이 확인된 이유는 고사포의 특성 때문이다. 총구를 수직에 가깝도록 올려 공중에 대고 쏜 탄알이 한계고도(14.5㎜ 고사기관총의 최대사거리는 3㎞)에 이른 뒤 지구 중력에 이끌려 자유 낙하하면서 아군 지역으로 떨어졌다.
아군의 적 GP에 가한 기관총 사격도 40여발로 제한적이었고 근처를 맞혔거나 공중을 향해 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실제로 맞았거나 확전을 불사했다면 이에 대한 대응으로 개인화기 불과 몇 발만 아군 GP의 공중에 쐈을 리 만무하다. 최후의 사격인 아군의 K-2 소총 사격도 10여발에 그쳤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 속에서도 확전은 피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왜 도발했을까. 3중 포석?=북한이 탈북자 단체의 풍선을 조준사격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풀이된다. 첫째, '공화국의 존엄'이라고 떠받드는 김일성·김정일과 김정은에 대한 공격과 비판이 북한 주민들에게 전파되는 경로 차단. 두번째, 대북전단 살포에 비판적인 국내 여론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남남 간 갈등을 조장하려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세번째, 김정은 신병 이상설이 돌고 있는 내부가 혼란한 상황에서 주민들의 관심사를 바깥으로 돌리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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