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화제영화] 허진호 감독 '봄날은 간다'

'8월의 크리스마스'의 허진호감독이 사운드엔지니어의 러브스토리를 잔잔하게 그린 '봄날은 간다'로 3년만에 우리앞에 다시 섰다.전작이 죽음을 앞에 둔 사진사의 너무 늦게 찾아온 사랑을 다가서기 힘들고 수줍은 사랑으로 표현했다면 '봄날은 간다'는 열정적으로 빠져든 사랑이 어느 순간 변해 어쩔줄 몰라, 공황상태에 빠진 젊은 남자의 심리가 더욱 가슴을 아리게 한다. '봄날은 간다'는 급작스럽다 싶을 정도로 진행속도가 빠르다. 소리를 채집하는 사람 상우(유지태)와 연상의 라디오 PD은수(이영애)는 방송을 위해 만났다. 출장에서 돌아오는 늦은 어느밤 은수는 상우에게 "우리집에서 라면이나 먹고 갈래요?"한다. 라면물이 끓기도 전에 은수는 "자고 갈래요?" 면서 이들의 사랑은 쉽게 끓어 오른다. 벅찬 희열이 전반부를 지배하는 듯 하더니, 둘 사이의 감정이 벌어지기 시작하는 순간이 곧 닥치고, 여자의 열정이 식은 그 자리에서 '사랑이 변한다'는 것을 인정하기까지 겪어야 하는 당혹감이 후반부를 이룬다. 어찌해야 할지 방향성을 잃어버린 상우의 사랑은 미련과 집착으로 돌변하고 좋았던 때보다 더욱 격정적으로 치닫는다. 스로지는 사랑을 영영 놓쳐버릴까 안타까운 상우의 감정은 아주 낮게, 느리게, 고통스럽게 표현된다. 울리지 않는 전화기를 만지작거리거나, 여자의 집 앞에서 밤을 새거나, 다른 남자와 동행하는 그녀를 멀리 훔쳐볼 때 무겁고 답답한 심정이 한번쯤 내지르는 것으로 표현될 법도 한데. 이별선고를 받는 마지막 순간까지 아무 말을 못한다. 변하고 잊혀졌다고 생각해도 사랑은 언제나 기억으로 되살아 온다. 이 영화에는 상우가 은수를 만나 사랑하고 헤어지는 과정을 밟아가는 순간에도 한켠에서는 상우의 아버지와 할머니의 모습이 보인다. 젊어 사별한 아내를 잊지 못하는 아버지, 치매에 걸려 다른 것은 모두 잊어도 찬란했던 사랑의 한 순간만은 또렷이 기억하는 할머니의 모습은, 떠나가는 사랑에 안타까워하는 상우에게도, "간절히 원해도 다 잊더라"라고 냉소하던 은수에게도 사랑의 편린들이 간직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이 영화는 흘러가는 좋은 시간과 추억의 한 자락을 포박하는 영화처럼 비치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봄날은 있다는 듯이 자신과 주변을 둘러보게 할 정도로 사실적이다. 박연우기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