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를 대체할 듯 급성장하던 태블릿PC 시장이 주춤하자, 제조사들이 물량을 줄이고 중저가 위주로 판매전략을 다시 짜기 시작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두자릿수의 고공 성장을 이어왔던 전 세계 태블릿PC 시장이 올해 한자리 성장세에 그치는 등 판매세가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특히 중국 업체인 샤오미와 레노버 등이 저가 태블릿을 앞세워 시장의 영향력을 키워나가자, 기존 시장의 양대 축을 구축하고 있는 애플과 삼성전자가 라인 업을 확대하며 맞대응에 나설 채비를 갖췄다. 이에 따라 올해 태블릿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면서 시장재편으로 이어질지 관심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올해 전 세계 태블릿PC 판매량이 2억3,300만 대로 지난해보다 1,700만대, 8% 가량 성장하는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태블릿 판매량은 지난 2012년 1억1,952만대, 2013년 1억7,953만대, 2014년 2억1,600만대 등 매년 20% 이상 성장했다. 그러나 올해는 시장 수요가 감소하면서 성장률이 한자릿수로 크게 주저 앉을 것이란 분석이다.
시장 성장세의 둔화는 태블릿 제조사들의 '제 살 깎기 전략'에 따른 부작용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5'·'갤럭시노토4'와 애플의 '아이폰6플러스' 같은 5~6인치 패블릿(phablet·휴대폰과 태블릿PC의 합성어) 화면이 태블릿 못지 않게 큰데다 전화통화까지 가능하다. 반면 지난해 선보인 태블릿 신제품들은 소비자들의 맘을 끌어들일 만큼 혁신성을 보여주지 못해 인기가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도 태블릿 생산량 목표치를 줄였다. 올해 생산량을 지난해 목표였던 6,000만대보다 1,000만대 가량 적은 5,000만대로 축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국과 인도 시장을 겨냥한 중저가 모델은 대폭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태블릿 시장도 스마트폰처럼 프리미엄부터 저가모델까지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는 '그물망 전략'을 세웠다. 이를 통해 태블릿 시장의 성장둔화와 중국업체의 공습에 맞선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의 중저가 제품도 곧 등장할 듯하다. IT 전문매체 샘모바일은 최근 삼성전자가 아이패드처럼 4대 3 화면비율을 채용한 새로운 중저가 태블릿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모델명 'SM-T239'로 알려진 이 제품은 6,444루피, 약 11만 원대로 알려졌다. 또 특허청 특허정보넷 키프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갤럭시탭A'·'갤럭시탭E'·'갤럭시탭J'에 대한 상표를 출원했다. 이는 지난해 말부터 새로 내놓은 중저가 스마트폰 제품명과 같은 것으로 태블릿도 중저가 제품을 내놓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편 세계 1위 애플은 삼성전자와 정반대 전략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PC가 지배하고 있는 B2B(기업고객)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 중이다. PC를 대체하는 새로운 업무용 도구로 아이패드를 내세운다는 것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구상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기업용 시장의 강자인 IBM과 손을 잡았다.
애플이 올해 12인치 대화면 아이패드를 출시할 계획을 잡은 것도 B2B시장 진출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태블릿PC가 일반PC나 노트북을 완전히 대체하려면 무엇보다 화면크기를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가 반대했던 스타일러스(터치펜) 장착도 계획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중국계 샤오미와 레노버는 중저가 가격에 롱텀에볼루션(LTE)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고사양 스펙을 탑재해 애플과 삼성전자의 틈새 공략을 확대하는 전략을 선보일 전망이다. 이를 위해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 구매 방식으로 중국과 인도시장 공략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미 중국 제조사가 만든 '화이트박스(브랜드 없는 조립식 태블릿)' 제품은 시장점유율이 3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 애플과 삼성전자를 위협하는 존재로 부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