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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잃은 유통가

패션업체·백화점 등 이상기온에 매출 뚝<br>식품·외식업계 등도 여름상품 출시 당겨


직장인 김모(31)씨는 지난주 말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한 국내 중견 패션업체의 패밀리세일 행사장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패밀리세일은 직원 가족이나 근거리 고객 등을 대상으로 재고상품을 싸게 파는 행사지만 이번에는 올 봄 출시된 신상품이 대거 등장한 것. 어제까지 쇼윈도에 걸려 있던 봄 상품을 70~80%가량 싸게 '처분'한다는 소식에 본사 직원들까지 몰려들어 행사장은 '만원사례'를 빚었다. 한 직원은 "봄 매출이 신통치 않아 브랜드세일을 앞당기고 할인율을 높였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이렇게라도 일부 현금을 건지는 게 낫다는 업체가 한둘이 아니다"라며 씁쓸해했다.

유통가에 '봄'이 실종됐다.

몇년 전부터 겨울이 길어지고 여름은 일찍 찾아오는 이상기온이 지속되면서 통상적인 봄 날씨가 실종돼 트렌치코트ㆍ재킷ㆍ니트류 등 봄철 의류 판매가 저조하기 때문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의 봄 정기 세일(6~22일) 실적은 전년동기 대비 1~3% 신장하는 데 그쳤다. 롯데백화점은 기존점 기준으로 전년보다 2.7%, 신세계백화점은 2.1%, 현대백화점은 1.5%, 갤러리아백화점은 3%, AK플라자는 2.2%의 신장률을 기록해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두 자릿수 신장률을 보였던 지난해 상반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롯데는 여성의류의 경우 6.9% 신장했지만 남성의류가 1.9% 감소했다. 신세계는 영캐주얼과 의류 매출신장률이 0~2%에 불과했으며 갤러리아는 여성의류가 2% 늘어난 반면 남성의류는 0%로 제자리걸음을 보였다.

이에 따라 패션업체와 백화점들은 봄 실적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여름 상품을 앞당겨 내놓고 여름장사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롯데는 현재 여성복 매장을 기준으로 여름 상품이 80% 정도 채워졌으며 신세계도 60%가량 상품을 입고시켰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계절이 급변하는 요즘은 업체별로 간절기 상품을 줄이는 대신 여름ㆍ겨울 상품을 전략적으로 늘려가는 게 트렌드"라며 "전년보다 여름 물량을 5~10% 정도 늘리고 여름 상품 수요를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식품ㆍ외식업계도 일찌감치 여름 상품을 내놓고 있다. 빙수나 아이스크림 등 여름 대표상품의 경우 예년보다 한달 앞선 지난 4월부터 출시됐다.

CJ푸드빌은 뚜레쥬르ㆍ투썸 브랜드를 통해 예년보다 한달여 앞당긴 지난주에 빙수를 본격 출시했다. 아이스크림 전문점 나뚜루, 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 등도 4월 들어 빙수ㆍ셰이크ㆍ스무디 등 여름 신제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빙수 출시가 2009년에는 6월, 2011년에는 5월이었는데 올해는 4월로 앞당겨졌다"며 "갈수록 봄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시원한 디저트는 여름에만 먹는다는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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