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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3D 멜로’가 등장했다. 그동안 애니메이션이나 SF, 액션 장르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3D입체 영상이 멜로 영화에 도입됐다.‘이모션 3D’라는 장르로 이름붙인 영화 ‘나탈리’는 수천억원대의 제작비가 드는 블록버스터를 만들기 어려운 국내 영화 제작 환경에서 나온 자구책이다. 5일 열린 ‘나탈리’의 제작보고회에서 연출을 맡은 주경중 감독은 “3D 영화 경험이 있는 인력이 전무해서 장면 하나 하나가 굉장히 힘든 도전이었지만 즐거운 경험이었다”며 “나탈리’를 시작으로 한국의 3D 영화가 무한히 발전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올초 ‘아바타’ 열풍이 불자 한국 감독들도 3D 영화 촬영에 착수했다. 김훈 원작의 소설‘현의 노래’를 150억원 규모의 3D 영화로 만들기로 한 주경중 감독도 그 중 한 명이었다. 그랬던 주 감독이 순제작비 15억원의 저예산 3D 영화를 먼저 들고 나온 이유는 뭘까. 주 감독은 지난 3월 ‘현의 노래’ 촬영을 시작했다가 기술적인 한계에 부딪혀 일단 촬영을 중단했다고 한다. 그는“영화 한 편에 3,000억원 가까운 제작비를 투입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좀 더 규모가 작은 영화로 시작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미세한 ‘감정’을 도구로 활용해 3D로 표현했으며 성공적으로 완성됐다”고 말했다. 28일 개봉될 ‘나탈리’는 이모션, 멜로 등의 단어를 앞세우지만 사실 ‘에로’에 가까운 베드 신이 등장한다는 소문에 충무로 안팎의 관심이 집중돼 왔다. 이 날 제작보고회에서 공개된 50초 분량의 베드신은 큰 화면에 배우들의 몸이 입체적으로 드러나 적나라한 느낌을 주었다. 할리우드의 매끈한 3D 영상에 비해 다소 어지럽기도 했지만 3D 효과 자체는 도드라졌다. 주 감독은 “2D로 찍은 뒤 3D 효과를 입히는 컨버팅이 아닌 촬영단계부터 100% 3D 카메라로 찍다 보니 3D가 드라마를 방해한다는 것을 느낄 때도 있었다”며 “가능한 한 카메라 움직임을 좌우로 하기보다 전후로 해야 입체감이 살아난다”고 조언했다. ‘감정’을 무기로 한 주 감독의 3D 영화 전략이 적중했는지‘나탈리’는 이미 홍콩과 싱가포르, 대만 등 동남아에 수출돼 20만 달러(약 2억 3,000만원)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그는 “홍콩에선 나탈리가 역대 한국 영화 사상 가장 많은 스크린에서 개봉할 예정”이라며 “‘나탈리’가 3D 영화의 롤 모델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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