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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미국의 '유연한' 북한 대응


세계적 석학인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가 정립한 '소프트 파워(soft power)'는 한 국가의 문화적, 외교적 역량 등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올 초 아랍에 불어 닥친 '재스민 혁명'의 의미를 짚어 보고자 만났던 나이 교수는 지구상에서 소프트 파워가 통하지 않는 유일한 국가가 '북한'이라고 했다. 워낙 철저한 통제사회여서 중동처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민주화 바람이 스며들 여지가 없다는 의미였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독재국가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북한에 대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태도가 매우 조심스럽다. 미국은 북한 체제에 대한 일절 비판을 삼가하고 정부 차원에서 조의를 표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우리는 북한 주민들과 개선된 관계를 희망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수백만명의 국민이 굶어 죽어가는 데도 핵무기를 개발하고 수백대의 벤츠를 한꺼번에 사들이는 사치를 부렸던 독재자의 사망에 대한 세계 최강대국이자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미국의 반응이라기에는 너무 뜻밖이다. 지난 1994년 김일성 사후에 권력의 부자세습에 대해 비판을 가하고 김일성의 유훈 통치를 '신정 정치'에 빗대어 공박했던 것과도 딴판이다. 지난 봄 나토와 함께 아랍의 독재자 무아마르 알 카다피를 압도적인 무력으로 응징하던 모습과도 거리가 멀다. 오바마 행정부의 이 같은 너무나 '유연한'대응 이면에는 내년 대통령 선거가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대쟁점인 경제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내세울 게 없다. 실업률은 여전히 높고 소득 불평등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의 채무위기로 내년 경제 전망도 답답하다. 그나마 오바마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집권 4년의 성과로 내세울 수 있는 것이 외교다. 이라크에서 돌아온 병사를 앞에 두고 연설하는 오바마의 대통령의 모습이 이를 웅변한다. 북한 문제에서도 성과를 내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미국은 김정일이 조금만 더 살았더라면 북한과 식량을 주고 우라늄 농축(UEP)을 중단하는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아쉬워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의 권력체제가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힐 내년에는 북미 간 관계가 급속히 가까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나이 교수는 북한은 일관되게 한국과 미국을 분리시키려 해왔다고 지적하면서 북한을 다루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과 미국의 공동 보조라고 강조했다. 한반도 주변 정세의 급변이 예상되는 만큼 한국 정부도 정신 바짝 차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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