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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아산나눔재단의 아쉬운 행보

지난해 10월 기업가정신과 창업 열기 확산을 목표로 아산나눔재단이 문을 열었다. 범(汎)현대가에서 출연한 기금 5,000억원에 추가로 앤젤 투자를 위해 조성한 펀드만 1,000억원에 이르는 '통큰' 규모가 눈길을 끌었다. 맨주먹으로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키운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을 이어갈 제2의 아산을 키운다는 설립 취지도 사회적으로 의미가 깊었다.

하지만 출범 1주년을 향해 가는 지금 아산나눔재단을 바라보는 벤처업계의 시선에는 아쉬움이 배어 있다. 지난 3월 개최한 생활창업아카데미는 프랜차이즈ㆍ자영업 등 생계형 창업자만을 위한 행사였다. 2기째를 맞은 청년 해외 인턴 사업은 합격자들을 세계 11개국 현대중공업 계열사로 파견해 재단의 설립 목적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이달 14일까지 진행한 '제1회 정주영 창업 경진대회'도 마찬가지다. 총상금 2억원으로 창업경진대회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된 이 대회의 수상 업체는 '정주영 엔젤투자펀드'의 투자를 받게 된다. 일회성 수상에 그치는 여타 대회와 차별화된 시도로 참여자들의 수준도 기대 이상이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뽑힌 수상자들의 면면은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모두 훌륭한 기업임에는 틀림없지만 프라이머 등 유명 벤처 인큐베이터 출신이거나 과거 주요 창업경진대회 입상 경력이 있는 기업이 대다수였던 것. 더욱이 일부 수상자는 벤처캐피털이 이미 성장한 기업에 주는 시리즈A투자까지 받은 상태다.



이에 대해 벤처업계에서는 "아산나눔재단이 일단 성공사례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검증된 업체부터 뽑은 게 아니겠느냐"며 "우수 기업을 새롭게 발굴하고 창업을 위한 종잣돈을 제공한다는 창업경진대회의 본래 역할과는 동떨어졌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연말로 갈수록 창업자들을 위한 정부 지원의 문턱은 높아진다. 배정된 예산이 조기에 동나버리기 때문. 이럴 때 내실 있는 민간재단에서 제 역할을 해준다면 창업자들에게 가뭄의 단비와 같을 것이다. 아산나눔재단이 시행착오를 딛고 청년창업가들을 위한 든든한 버팀목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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