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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앞두고… 스크린, 정치를 그리다

인기몰이 '광해, 왕이 된 남자' 이상적인 군주 모델 제시<br>김근태 수기 바탕 '남영동' 육영수 일대기 '퍼스트레이디'<br>5·18 비극 다룬 '26년' 등 11~12월 줄줄이 개봉

영화 ‘남영동 1985‘

'26년’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스틸컷.

"나 살자고 누군가를 죽여야 하고, 그로 인해 누군가가 죽어야 하는 그런 거라면 나는 싫소. 진짜 왕이 그런 것이라면… 내 꿈은 내가 꾸겠소."

지난 13일 개봉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가짜 왕이 내뱉는 대사 한 대목이다. 폭군과 탁월한 외교가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는 조선 15대 왕 광해군에 상상력을 가미해 이상적인 군주의 모델을 제시한다.

오는 12월 19일 제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충무로가 정치 영화를 뜨거워 지고 있다. 사극이라는 장르를 통한 메시지 전달에서 나아가 특정 정치적 인물의 삶을 다루고, 논란이 된 역사의 현장을 재구성하기도 한다.

올해 초 판사에 대한 석궁테러 실화를 소재로 사법부를 강력 비판한 영화'부러진 화살'로 주목 받았던 정지영 감독이 또 하나의 문제작을 내놓는다. 고(故)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동명 자전수기를 바탕으로 만든 '남영동 1985'다. 김 전 고문이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의장이던 1985년 9월, 서울 용산구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22일 동안 고문당한 내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고문이 한 인간의 영혼을 어떻게 잠식해 가는지 가감 없이 보여주는 영화는 내달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다.

웹툰 작가 강풀 원작의'26년'도 스크린으로 옮겨온다. 영화'26년'은 1980년 5월 18일, 계엄군에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힘을 모아 학살 책임자인 전직 대통령을 단죄한다는 이야기다. 민감한 소재인만큼 각종 외압설에 영화 제작에 난항을 겪기도 했다. 2006년 제작사가 원작 판권을 사고 2008년 캐스팅까지 마쳤지만 투자가 갑자기 취소되면서 제작이 중단됐다. 지난 3월 크라우드 펀딩(소액을 기부, 후원하는 방식)을 통해 영화 제작을 시도했지만 목표액 10억을 달성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제작자는'제작두레'(일반인이 인터넷을 통해 참여하는 후원)형식으로 어렵게 다시 자금을 모아 지난 7월에 첫 촬영에 들어갔다. 영화 '도가니'에서 악역 교장 역을 맡았던 장광이 '그 사람'으로 출연하고 진구, 한혜진 등이 함께 호흡을 맞춘 영화는 이달 말 촬영을 마치고 11월 개봉할 계획이다.



고(故) 육영수 여사의 삶을 다룬 영화'퍼스트레이디-그녀에게'도 관객을 찾는다.'토지','한지붕 세가족','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등을 쓴 극작가 이홍구 씨가 시나리오를 맡았다. 대선을 목전에 둔 민감한 시기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어머니의 일대기를 다루는 영화이니만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갑론을박도 뜨겁다. 박정희 전 대통령 역에는 감우성이, 육영수 여사 역에는 한은정이 캐스팅됐다. 영화는 11월 말 개봉을 목표로 촬영이 진행 중이다.

이처럼 대선을 목전에 두고 정치 영화가 줄지어 개봉을 기다리면서 일각에서는 자칫 유권자의 표심에도 영향력을 발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영화 '도가니'와 '부러진 화살'을 통한 사회적 파급효과를 생각하면 실제 영화라는 매체가 지닌 영향력을 쉬이 간과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유지나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교수는 "정치 영화는 말 그대로 영화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창작을 통해 재구성된 하나의 작품"이라며 "단, 잘 만들어진 정치 영화는 과거의 일을 그 때 당시와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봄으로써 또 다른 사실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을 제공해 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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