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서 포르투갈전 논스톱 왼발 슈팅으로 16강 이끌어
2005년 챔스리그 4강 선제골은 에인트호번 → 맨유행 디딤돌
2010년엔 주장으로 그리스전 골… 한국에 월드컵 원정 첫 승 선물
"지도자 할 생각 없어 … 진로 고민" 7월27일 김민지 前 아나와 화촉
'한국인 1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 '산소탱크' '영원한 캡틴' 박지성(33)이 은퇴했다. 2011년 초 국가대표에서 은퇴한 지 3년여 만에 25년 선수생활 마감을 선언한 것이다.
박지성은 14일 수원 박지성축구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무릎 상태가 다음 시즌을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해 은퇴를 결정했다"며 "7월27일 김민지 아나운서와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1990년 세류초 4학년 때 축구를 시작한 박지성은 교토상가(일본)-에인트호번(네덜란드)-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퀸스파크(잉글랜드)-에인트호번(임대)을 거친 뒤 퀸스파크와의 계약기간을 1년 남기고 은퇴를 택했다. 유럽 진출 때부터 자신을 괴롭혀온 오른 무릎 통증 탓에 올 2월 은퇴를 생각했다고 한다. 박지성은 "지도자를 할 생각은 전혀 없다. 행정가도 정확한 목표는 아니다"라며 은퇴 후 진로 선택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곧 월드컵에 출전할 후배들에게 "이제 8강을 목표로 해야 한다. 어린 선수들이니 첫 경기에서 이기면 상승세를 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국축구의 아이콘' 박지성이 우리에게 선물한 최고의 순간들을 돌아봤다.
◇2002년 월드컵 포르투갈전 결승골=홈에서 열리는 첫 월드컵을 앞두고 박지성은 잉글랜드·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잇따라 골을 넣으며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는 6월18일 인천에서 열린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3차전. 박지성은 한국 축구사에서 잊히지 않을 '원더 골'을 터뜨렸다. 왼쪽에서 올라온 이영표의 크로스를 가슴으로 받고 곧바로 트래핑으로 수비를 제친 것만도 놀라웠는데 논스톱 왼발 슈팅으로 골까지 만들었다. 이 골로 한국은 사상 최초로 월드컵 16강에 올랐고 이 골이 발판이 돼 박지성은 유럽(에인트호번)에 진출했다.
◇2005년 챔스리그 4강 선제골=거스 히딩크와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쓴 박지성은 에인트호번에서도 히딩크 감독과 4강에 올랐다. 무대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차전 원정에서 AC밀란(이탈리아)에 0대2로 진 에인트호번은 홈 2차전에서 선제골을 넣었다. 주인공은 바로 박지성. 전반 9분 번개 같은 쇄도로 AC밀란의 '빗장수비'를 허물어버린 것이다. 에인트호번은 이날 3대1로 이기고도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결승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박지성은 이 경기로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맨유 시절이던 2009년에는 아시아 최초의 챔스리그 결승 출전(0대2 맨유 패)이라는 기록도 남겼다.
◇2010년 챔스리그 16강=AC밀란은 박지성(당시 맨유)에게 다시 한 번 호되게 당했다. 박지성은 16강 1차전 원정에서 안드레아 피를로를 꽁꽁 묶었다. 피를로는 당대 최고의 플레이메이커. 하지만 박지성의 질식수비에 이렇다 할 패스 한 번이 어려워지자 AC밀란은 2대3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기선을 제압한 맨유는 홈 2차전에서는 4대0으로 대승을 거뒀다. 2차전에서도 박지성은 피를로를 봉쇄했고 팀의 세 번째 골까지 넣었다. 수비수 리오 퍼디낸드(전 맨유)는 16강 1차전을 떠올리며 "피를로는 그날 꿈에서도 박지성을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그리스전 쐐기골=2006년 프랑스 월드컵 프랑스전에서 동점골을 기록한 박지성은 남아공에서도 골을 넣었다. 그리스와의 첫 경기였다. 후반 7분 수비 진영에서 공을 가로채 왼발로 팀의 두 번째 골을 터뜨렸다. 양팔을 휘젓는 세리머니가 인상적이었다. 2대0 승리. 한국의 월드컵 원정 첫 승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월드컵 3회 연속 골 대기록도 작성했다. 이 대회에서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을 달성한 박지성은 2011년 1월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했다.
세리머니로 유명한 골은 또 있다. 2010년 5월24일 일본전. 남아공 월드컵 전 마지막 평가전에서 박지성은 6분 만에 단독 돌파로 골을 터뜨린 뒤 '산책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천천히 뛰며 냉소하듯 일본 홈 관중과 눈을 맞추는 모습에 상대는 두 번 좌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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