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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컷 통과만 하더라도 만족”이라던 ‘소박한’ 목표가 톱10으로, 톱5로, 나아가 톱3까지 높아졌다.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정식멤버로 데뷔한 배상문(26ㆍ캘러웨이)이 첫 대회에서 역전 우승 가시권에 들었다. 배상문은 15일(한국시간) 하와이 와이알레이CC(파70ㆍ7,068야드)에서 벌어진 PGA 투어 소니오픈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4개로 4타를 줄이는 안정된 플레이를 펼쳤다. 전날까지 2라운드 합계 4언더파 136타로 공동 30위에 자리하며 1차 목표인 컷 통과를 달성했던 배상문은 3라운드 합계 8언더파 202타를 기록, 공동 8위로 순위를 22계단이나 끌어올렸다. 8위에는 개막전 챔피언 스티브 스트리커, 지난해 PGA 챔피언십 우승자 키건 브래들리(이상 미국) 등 무려 11명의 실력자들이 몰려 있다.
12언더파 198타로 공동선두인 제프 매거트, 매트 에브리(이상 미국)와는 4타차. 1라운드 68타, 2라운드 68타, 3라운드 66타로 안정적인 경기를 펼치는 배상문의 페이스를 생각하면 ‘루키의 반란’을 기대해볼 만도 하다. 3라운드에서 드라이브샷 평균 비거리 305야드를 기록하며 특유의 장타를 뽐낸 배상문은 9번홀(파5) 첫 버디로 포문을 연 뒤 후반에만 버디 3개를 잡았다. 특히 17번홀(파3)에서 2.5m 버디 퍼트에 성공하고 18번홀(파5) 48야드 어프로치샷을 홀 1m에 붙인 뒤 버디를 낚는 등 막판 연속 버디로 최종 라운드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배상문이 밟고 올라서야 하는 매거트는 배상문의 퀄리파잉(Q) 스쿨 ‘동기생’이다. PGA 투어 통산 3승에 빛나는 매거트는 48세의 베테랑이지만 지난해 상금랭킹에서 밀려 Q스쿨로 떨어졌다. Q스쿨에서 매거트는 공동 13위로 PGA 투어에 재진입했고 배상문은 매거트에 한 타 앞선 공동 11위로 ‘꿈의 무대’에 입성했다. 또 다른 선두인 에브리는 우승 경험이 없는 데다 임팩트 때 양 발을 지면에서 떼다시피 하는 습관이 있어 한번에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배상문은 경기 뒤 “컷 통과 후 톱10으로 목표를 올려 잡았는데 일단 10위 안에서 마지막 라운드를 맞게 됐다”면서 “코스는 여전히 까다롭지만 갈수록 편해지는 느낌이다. 톱5, 톱3까지 넘보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2009년 초청선수로 출전했다가 컷 탈락했던 바로 그 대회에서 2년 만에 완전히 달라진 위상으로 최상위권 레이스에 합류한 배상문은 최종 4라운드에서 테드 포터 주니어(미국)와 동반 플레이한다.
한편 2라운드에서 3타를 잃었다가 이날 3타를 만회한 최경주(42ㆍSK텔레콤)는 5언더파 공동 34위에 올랐다. 존 허(22)와 노승열(21ㆍ타이틀리스트)은 각각 3언더파 공동 51위, 1언더파 공동 64위에 머물렀고 케빈 나, 강성훈(신한금융그룹), 리처드 리, 대니 리는 2라운드 뒤 컷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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