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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꾼 횡포' 기승 여전
입력2011-04-10 13:12:31
수정
2011.04.10 13:12:31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주주총회 담당직원 이모씨는 최근 임시주총을 앞두고 황당한 경험을 했다. 한 중년 부인이 주총이 있기 며칠 전 회사로 찾아와 “이번 주총 때 주주의 권리를 좀 실현해 보려고 한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한 것이다. 결국 이씨는 주총 때 주요 안건 통과에 방해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그녀에게 돈을 쥐어줄 수밖에 없었다.
이른바 ‘주총꾼’이라고 불리는 악질 주주들이 여전히 주총 때마다 상장사에 금품을 요구하는 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소액주주들로 본인들이 투자한 상장사의 주총에 참여해 현금을 줄 때까지 회의 진행을 방해한다.
이에 따라 상당수 상장사들은 이들로 인해 회사의 주요 안건 통과가 자꾸 지연되는 것을 원천 봉쇄하고자 미리 돈봉투를 마련해 주총장 앞에서 나눠주기도 한다. 얼마 전 주총 전날 직원에게 미리 돈봉투를 마련하도록 지시한 한 코스닥업체 대표이사는 “상장사에서 돈을 준다는 사실을 알고 주총엔 관심도 없으면서 일부러 회의 진행을 방해하는 주주들이 매우 많다”며 “그런 주주들은 미리 알아뒀다가 주총 장소 입구에서 돈봉투를 나눠주는데 대부분이 돈을 받으면 순순히 돌아간다”고 밝혔다.
최근엔 그 금액 규모도 커지는 추세로 상장사에 따라선 100만원이 넘는 돈을 주총꾼에게 ‘갈취’ 당하는 사례도 있다. 이들 주총꾼 중엔 실제로 아주 소액만을 주식에 투자해 놓고 투자금의 몇 배 수준을 받아가는 경우도 많다. 또 다른 상장사의 주총 담당직원은 “주총꾼들을 악질 수준에 따라 등급별로 나눠 리스트를 만드는데 최고등급은 100만원까지 가져갈 수 있다”며 “동종업체 중 주총장에서 돈을 뿌리지 않는 업체는 없으며, 주총꾼 한 명에게만 100만원 이상을 쓰는 기업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에선 상장사와 주주가 주총을 앞두고 서로 금품을 주고 받는 행위를 명백한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주총꾼들이 이를 알고 대부분 직접적인 협박성 금품요구는 하지 않기 때문에 상장사도 어쩔 도리가 없다는 주장이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주주가 주총을 앞두고 현금을 요구하는 것은 분명 형법 위반”이라며 “하지만 상장사들도 고발시 금품수수행위에 함께 연루돼 화를 입을 수도 있어 이를 밝히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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