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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 수술은 잘 됐다고 하는데 왜 이렇게 계속 아파요?" "재수술이 필요하다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수술만 하면 안 아플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아픈 거 같아요."
허리통증과 다리 저림을 호소하는 환자들에게 간간이 듣는 말이다. 그렇다면 수술이 필요하다고 해서 했고 수술이 성공적으로 잘 끝났다고 하는데 왜 허리와 다리 통증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아픈 것일까.
진료실에 앉아 있으면 이런 분들을 적지 않게 만난다. 수술실패 또는 수술 후 통증 증후군(failed back surgery syndrome)이라는 병명이 있을 정도다. 'failed'를 '실패'라고 해석한다면 수술 자체가 잘못됐다고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수술 자체보다 다른 곳의 문제로 통증이 계속되는 경우가 더 많다. 수술을 해도 통증이 줄지 않고 계속 아프거나 수술 후 어느 정도 괜찮아졌다가 시간이 지난 후 다시 통증이 재발하거나 심해진다.
원인은 몇 가지가 꼽힌다. 우선 수술은 척추의 구조변화를 일으킨다. 가령 수술한 척추 부위 위·아래 척추들은 수술 전과 달리 더 큰 하중을 이겨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또 수술로 인해 척추 주위 근육과 인대 조직 등이 손상을 입고 변형이 일어나면서 이들이 지지하던 척추뼈의 움직임이 불안정해진다. 특히 움직이거나 걸을 때, 앉았다 일어날 때 등 허리에 하중이 반복적으로 가해지면서 디스크가 재발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인대가 약해지거나 손상을 입은 경우에도 통증이 지속된다. 또 조직 손상에 대한 반응으로 신경 주위막에 유착이 생기고 신경을 자극하게 돼 통증이 계속될 수도 있다.
수술 후 통증이 재발하거나 다른 부위로 통증이 옮겨가면 여간 당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수술 후 좋아지지 않는 통증 때문에 수술만 생각해도 끔찍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재수술은 쉽지 않다. 한번 수술했던 부위는 신경과 주변조직이 들러붙는 유착현상이 심해지기 때문에 가능하면 비수술적 치료를 통한 통증 조절이 우선이다. 신경차단술이나 신경성형술 등의 시술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정작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척추를 튼튼하게 받쳐주는 '척추 안정성'이다. 이를 위해 척추 사이의 눌린 공간을 잡아주고 뼈가 주저앉는 것을 막아야 한다. 여기에는 재활운동이 적합하다. 바닥에 누운 상태에서 배를 약간 긴장하고 팔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내리거나 한쪽 다리씩 천천히 들어 올리는 운동이 좋다. 네발로 기는 자세에서 똑같이 팔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내리면서 척추 주위의 근육을 통해 팔다리를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운동도 꾸준히 해야 한다.
무엇보다 일상생활에서 조심해 더 이상 척추를 다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과 함께 치료를 병행하면 다시 수술대에 오를 일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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