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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빈부격차와 나눔의 정신

하성규 중앙대 사회개발대학원장

[로터리] 빈부격차와 나눔의 정신 하성규 중앙대 사회개발대학원장 하성규 중앙대 사회개발대학원장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 ‘자본주의’ 하면 연상되는 것으로 빈부격차(36.3%)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 물질적 풍요(15.6%), 경제성장(12.0%) 등은 낮은 비중을 차지했다고 한다. 불교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임금이 노인에게 지팡이를 하나 주면서 말했다. “당신이 오늘 하루 해질 때까지 들고 있던 지팡이를 꽂는 지점까지 땅을 다 주겠다.” 노인은 계속 뛰었다. 그러다 지쳐 더이상 뛰지 못하게 되자 자기가 들고 있던 지팡이를 있는 힘을 다해 앞으로 내던지고는 “저기까지가 내 땅이요” 하면서 결국 죽었다고 한다.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중 ‘사람에겐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라는 작품도 유사한 이야기다. 우리 사회에는 불행하게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끼니를 잇지 못하는 사람이 138만명이나 된다. 절대빈곤층이다. 그리고 사회에서 소외된 장애인이 175만명, 소년소녀가장 등 빈곤아동도 100만명에 달한다. 최근 한 가난한 여중생의 자살은 우리를 더욱 슬프게 만든다. 경기도 평택시에서 살아온 15세 정모양이 소녀가장이 된 것은 2년 전 아버지가 지병으로 숨지고 어머니도 뇌종양으로 쓰러지면서부터다. 자살한 후 발견된 일기장에는 삶에 대한 강렬한 애착과 가난의 통곡이 배어 있었다. “일본어도 컴퓨터도 기타도 배우고 싶다” “내 소원은 내가 운전하는 차에 엄마를 태우고 드라이브하는 거였어” “사랑하는 엄마, 죽겠다는 생각 자체가 불효라는 것 알아. 하지만 내가 없어지는 것이 돈이 덜 나가 다행일지도 몰라”. 눈덩이처럼 커진 가계빚, 재취업이 어려운 취약한 사회안전망, 폭등한 집값, 치솟는 사교육비, 비정규직 문제 등 시급한 현안들이 정양 사건과 같은 비극을 몰아오고 있다. 빈곤층 가운데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내실 있는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재정립하는 일이 절실한 때다. 더욱 중요한 점은 가난이 세습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가 자리잡는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를 축적하는 극단적 이기주의자도 있지만 조건 없는 봉사와 희생을 스스로 찾아 실천하는 사람들도 적지않다. 더불어 살아가는 나눔의 정신이 한국사회를 지탱하는 힘이 되도록 해야 한다. 입력시간 : 2004-05-1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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