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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격랑속의 한반도

김호남 근화건설 대표 목포상공회의소 회장


계사년도 저물어간다. 올 한해도 역시 다사다난했지만 그중에서도 우리를 경악하게 한 것은 북한 장성택의 실각 및 사형 사건이었다.

필자는 10년 전에 우리민족서로돕기 대표회원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전세기편으로 평양에 다녀온 경험이 있다. 고(故) 김대중 대통령이 6·15 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고(故) 김정일과 열광하던 인민들의 환호성이 귓전에 맴돌던 일도 기억 저편의 추억이 돼버렸다. 설화가 숨쉬는 민족사의 발원지 백두산의 천지와 자작나무, 무성한 입깔나무는 말이 없다.

김정은이 장성택을 제거한 사건은 할아버지 김일성이 사회주의 이론가 박헌영을 사형시킨 과정보다 더욱 잔인하고 소름이 끼칠 정도다. 박헌영 그가 누구인가. 박헌영은 모스크바 국제 레닌학교 재학시절 호치민에게 목민심서를 전해 호치민이 국가와 백성을 위하는 지침으로 삼고 선정을 베풀었다고 하는 일화의 주인공인 인물이다. 당시 김일성은 소련의 장교 출신이고 박헌영은 사회주의 이론가였다. 이 두 사람은 냉전 시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을 수립하면서 나란히 태극기 앞에서 준비대회를 치렀다. 두 사람의 관계는 좋았다. 인간적으로도 폭넓은 경험을 함께 했지만 북한은 한국전쟁의 책임을 누군가에게 물어야 했다. 그래서 김일성은 소련과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박헌영을 미제 간첩으로 몰아 죄를 뒤집어씌우고 제거한다. 당시 재판장은 최용건이다. 김일성·김책 등과 만주 게릴라파의 트로이카였다. 장성택 처형사건은 되풀이되는 역사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역사는 늘 일을 저지르는 소수에 의해 장악돼왔다. 그들은 일등공신이요, 국가의 영웅으로 서열이 바뀐다.

북경 6자 회담이 열리는 시기였다. 북한 측 안내원은 핵무기 한 방이면 워싱턴이 박살난다고 호언했던 기억이 새롭다. 또 남한의 동포들과 함께 통일되는 날을 기다리며 잘살아보기 위해 참는 것이라고 열변을 토했던 그 사람과의 만남도 10년이 훌쩍 지나갔다.



'반당종파 분자'로 지목받으며 사형당한 장성택의 죄목에는 광산을 헐값에 팔아 중국에 넘겼다는 내용이 있다. 사형으로 처형당한 박헌영과 장성택. 두 사람의 공통점은 미국과 중국에 돈이 오고 간 흔적을 명분으로 삼아 궁핍한 북한 인민들의 공분을 사게 했다는 것이다. 북한사회가 변하려면 자본의 물결이 파도처럼 일어야 하지만 물거품이 일기도 전에 꺼져버린다. 한국 문제의 구조와 본질은 남북 대치 상황이고 게다가 북쪽은 유일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폭력과 숙청의 반복은 모든 인민을 수동적 노예와 저항의 주체로 양분한다. 최근 90만명의 추모인파가 그 죽음을 애도한 넬슨 만델라는 "용서는 하되 잊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증오를 배운다면 사랑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에게 북한은 불편한 이웃 나라인가, 서로 돕고 함께 갈 민족공동체의 일원인가. 우리가 저들과 서로 용서하고 사랑하며 한데 어울려 손을 맞잡고 자유와 평등이 넘실대는 세상으로 웅비할 그날은 언제쯤 올까. 격랑의 한반도, 직면한 상황이 암울하고 엄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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