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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개혁 실패한 개혁] 해외 4개국 사례

많은 민주 국가에서 선거를 통해 탄생한 새로운 정권은 개혁을 필요충분 조건으로 내세운다. 그들은 개혁을 통해 누적된 문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하겠다고 약속하고, 종종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문제 해결에 나선다. 개혁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인은 많다. 그러나 지도자의 리더십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개혁 성공의 모델인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재야 시절엔 보란 듯이 뻐기고 다닐 수 있었다. 책임이 없었으니까. 그러나 권력을 잡은 지금은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 4년 임기 동안 모든 것을 달성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미래를 위해 기초를 닦아 나갈 것이다.” 한국은 오는 4월 총선을 치른다. 집권 2년을 맞는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중간평가의 성격도 있다. 노 대통령 개혁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아직 이르다. 개혁을 주창하며 정권을 잡은 세계 4개국 지도자를 통해 성공한 개혁과 실패한 개혁의 사례를 살펴본다. ◆ 성공사례 룰라 브라질 대통령 `난국돌파` 리더십 돋보여 `외채 2,100억 달러, 재정적자 240억 달러로 거덜난 국가재정, 헤알화 급락, 치솟는 인플레,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외국 자본ㆍㆍㆍ` 지난해 1월 1일 취임한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57) 브라질 대통령이 받아 든 전정권 성적표다. 룰라는 철강노동자 출신의 브라질 역사상 최초의 좌파 대통령으로 대선 당시 채무 불이행(디폴트)을 공약하며 으름장을 놓은 전력 때문에 국제 금융계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룰라는 집권 첫 나들이로 월가를 찾았다. 당장 국제 투자자를 안심시켜 무너지는 외환 및 증권시장을 떠받쳐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시 미 대통령을 만나 국제통화기금(IMF)의 개혁 요구를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좌파 수장의 `쇼`로 받아들이는 일부 여론속에도 좌파 행동가 룰라는 이념을 던져버리고 국가 최고 운영자로서 국가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것은 뭐든 하겠다는 결단을 국제사회에 뚜렷이 각인시켰다. 룰라는 먼저 살인적인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인플레를 끌어내려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지 않고서는 경제성장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지지기반인 노동자는 물론 집권당인 노동당 핵심간부들이 결사 반대하자 이들을 내치고 좌우를 가리지 않고 능력 있는 인재를 고루 등용했다. 다음으로 재정적자의 90%를 차지하는 공무원연금에 대대적인 메스를 들이댔다. 이처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일관되고 과감한 개혁이 국제 금융시장의 신뢰를 얻으면서 브라질경제는 긍정적 신호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68년 개설 이후 처음으로 브라질 증시는 2만선을 돌파했고 헤알화는 달러당 3헤알 수준으로 안정됐다. 룰라는 외환 및 금융시장이 안정화 단계에 들어서자 지난해 그 동안의 긴축정책에서 벗어나 단계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는 한편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 투자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올해부터 경제가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념과 지지기반의 굴레에 얽매이지 않고 초지일관 실용적 정책을 밀고 나간 룰라식 개혁의 결과다. 아스나르 스페인 총리 경제원칙 충실 EU강국 우뚝 시내 한복판 금융기관들에는 사람들이 북적이고 바와 레스토랑에는 손님들이 넘쳐나고 있다. 경기 침체로 먹구름이 가시지 않는 유럽 대륙 하늘 아래 홀로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는 스페인의 모습이다. 지중해의 빈국이던 스페인이 유럽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기적을 말하며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총리의 존재를 빠뜨릴 수 없다. 시사주간 뉴스위크는 `스페인의 교훈(Spanish lessons)`이라는 최근 기사에서 오는 내달 총선으로 8년 임기를 끝내는 아스나르 총리의 `원칙에 충실한 경제정책`이 스페인을 살렸다고 평가했다. 정열로 대표되는 스페인의 이미지와 달리 무표정하고 경직돼 보이는 아스나르는 좌우 논쟁에 흔들리지 않고 냉정하게 공약을 실천해 나간 것으로 유명하다. `평범한 것이 위대하다`는 자신의 소신을 지켜 나간 셈이다. `중도 우파`기치를 걸고 철저하게 시장경제 원칙을 실현한 아스나르 총리는 취임 후 거의 모든 공기업을 민영화했다. 결과로 스페인의 공공지출은 전체 국민총생산(GDP)의 48%에서 40%로 줄었고 2001년에는 균형재정을 이뤄 `만성적자`병을 앓는 다른 유럽연합(EU) 회원국들과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다. 두차례에 걸친 세금삭감, 복지지출 축소, 노동시장 개선과 기업규제 완화도 모두 아스나르의 `원칙주의`경제 정책의 일환이었다. 이 결과 90년대 후반부터 연평균 4%의 성장률을 이룬 스페인 경제는 최근에도 다른 EU회원국들의 4배인 2.4%의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10년전 24%이던 실업률은 11.3%로 떨어졌으며 지난해 EU에서 창출된 신규 고용의 절반, 지난 8년간 만들어진 일자리의 3분의 1일이 스페인에서 이루어졌다. 이 같은 경제성장으로 지난 96년 취임 당시 `Don Nadie(별 것 아닌 사람)`이라고 불릴 정도로 인기가 없었던 아스나르 총리는 8년이 지난 지금 국민들이 퇴임을 아쉬워하는 `성공적인 지도자`반열에 오르게 됐다. 스페인 경제학회의 후안 이란조 위원은 “기적의 비결은 없다. 경제 원칙만이 있었을 뿐”이라고 그의 성공 비결을 설명했다. ◆ 실패사례 멕시코, 폭스 대통령 의지만 있고 실행은 없어 “타고난 세일즈맨임에는 분명하지만, 국가 지도자감은 아니다” 저명한 멕시코 근대 사학자 엔리케 크라우제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비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에 낙제점을 줬다. 코카콜라 멕시코 지사장을 역임한 기업가 출신 대통령인 그에게 국가 경영은 기업 경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에 대한 이 같은 평가는 지난 2000년 7월 `개혁`을 캐치프레이즈로 당시 여당인 제도혁명당의 71년 장기집권에 종지부를 찍고 화려하게 등극했던 폭스의 개혁이 성과 없는 외침에 머물렀음을 일부 반증하고 있다. 식료 및 의약품에 대한 부가세 부과를 골자로 폭스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세제 개혁은 거대 야당인 PRI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번번히 무산됐다. 현재 멕시코 세수는 국내총생산(GDP)의 12%에 불과,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 이는 멕시코가 국가 경쟁력을 지하기 힘든 이유다. 노동법 개정과 전력산업의 민영화도 진척이 없다. 전문가들은 노동법과 전력 부문의 민영화 없이 생산성 향상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 멕시코 경제의 미래를 어둡게 보고 있다. 멕시코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지난 10년간 10%에서 2% 아래로 곤두박질쳐진 상태다. 미국으로의 이민자에 대한 지위 향상 정도를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멕시코 국민들은 폭스 대통령이 집권 공약으로 내걸었던 개혁 아젠다에 크게 기댈 게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폭스의 개혁 실패 이유로 ▲여소야대 정국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한 점 ▲개혁 의지만 앞섰지 구체적 실행 방안이 부족했던 점 ▲집권 초기 내치보다는 겉으로 드러나는 외교에 치중한 점 등을 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좌절한 민심은 결국 중도 보수인 폭스를 등지고 좌익 성향으로 흐르고 있다. 임기 반 밖을 채우지 못한 폭스 대통령은 이미 권력 누수 현상에 시달리고 있으며, 차기대권을 향해 좌익 성향의 멕시코 시장 안드레 마누엘 로페즈 오브레이더가 질주하는 가운데 보다 못한 폭스 아내가 남편의 대권을 잇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상황이다. 페루 톨레도 대통령 지도력 한계 사임압력 시달려 `구두닦이 소년에서 하버드대 교수, 그리고 대통령까지…` 인디오(원주민) 출신으로 대권을 거머쥔 알레한드로 톨레도 페루 대통령에 걸었던 국내외의 기대는 남달랐다. 톨레도는 국민적 지지 속에 시장경제 원칙에 입각한 개혁을 근사히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의 집권 후 정치 역정은 입지전적 성공 스토리와는 거리가 멀다. 빈곤퇴치, 경제개혁 등과 같은 공약들은 아직도 표류하고 있고, 반대파의 공세로 사임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취임 1년 만인 2002년 톨레도 대통령은 전력산업 민영화를 추진하다가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각지에서 발생한 폭력시위에 대해 그는 계엄령을 내리며 맞섰으나 결국 민영화를 연기할 수 밖에 없었다. 또 지난해에는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교사들을 필두로 농민, 국영병원 직원, 퇴직 경찰관 등의 파업이 잇따라 발생해 전국적인 국가비상사태까지 선포해야 했다. 광물, 석유 등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페루 경제는 지난해 3% 내외(추정치)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 같은 수치에도 불구, 경제 성장은 구조개혁 때문이 아니라 중국의 원자재 수요 폭발이 주원인이란 분석이 나오며 공(功)은 그에게로 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성장의 열매가 원자재 채굴권을 가진 일부 외국 회사들과 부유층에 집중돼 국민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마디로 톨레도 정부는 시장친화적 경제개혁도, 그렇다고 하층민의 이해를 포용하는 분배 정책도 모두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측근들의 잇따른 추문 탓에 톨레도의 도덕적 권위가 실추된 것도 문제다. 여자친구 아버지가 소유한 식당의 탈세문제로 라울 디에스 칸세코 부통령이 사임했고 또 톨레도의 전 보좌관은 비리혐의로 수배 중이던 한 장성에게 재판에 도움을 주겠다고 제안한 사실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그 여파로 취임 직후 60%를 웃돌던 지지율은 최근 7.3%까지 추락했다. 그는 대중적 인기를 겨냥한 포퓰리즘 정책을 거부하기는 했지만 지도자로서의 리더십 부재로 결국 개혁도 실패하고 대중적 인기도 상실하는 이중의 함정에 빠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현석기자 hnskw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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