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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장관님, 야근부터 줄여주세요

과천정부청사 출입을 시작하면서 6시가 '땡'하면 공무원들이 퇴근한다는 편견이 깨졌다. 평일 야근은 고사하고 주말에도 출근하는 직원들이 부지기수로 업무 강도는 민간 기업체와 다를 바 없다. 지난 2009년 1월 고 안철식 전 지식경제부 제2차관이 임명된 지 9일 만에 과로사로 순직한 뒤 잠시나마 적절한 휴식을 주고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대책들이 논의됐지만 늘 그렇듯 시간이 지나면 부딪히는 건 현실이다. 특히 물가를 비롯해 급박한 현안에 매달려있는 담당자의 경우 과도한 업무로 건강을 잃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난데 없이 과천관가 공무원들의 업무량 이야기를 꺼낸 것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8시에 출근해 5시에 퇴근하는 '8~5제 근무' 도입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이는 박 장관이 고용노동부 장관 시절부터 다듬어 온 구상으로 하루를 일찍 시작하고 일찍 마무리하면 국민경제에 장점이 많다는 지론이 반영된 것이다. 공공 부문에 일종의 서머타임을 도입한다는 개념이다.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되려면 '5시 퇴근'을 절대적으로 지켜줘야 한다. 박 장관 본인도 "앞으로 5시가 조금 넘으면 퇴근하고 저녁 약속을 6시에 잡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6시 퇴근도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5시 퇴근은 꿈 같은 이야기일 뿐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금도 사무관부터 과장, 국장 들이 저녁식사 후 다시 사무실로 들어오는 일이 흔한데 '8~5제 근무'를 도입한다 한들 달라질 것은 없어 보인다. 특히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아침에 어린이집에 자녀를 맡겨놓고 출근하는 가정이 대다수인데 공공 부문만 시간을 앞당겨서는 8시 출근시간을 맞추기 힘들 수밖에 없다. 결국 이 제도는 한국의 조직문화를 감안하면 오히려 출근시간만 빨라지고 근무 시간을 1시간 늘리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그렇게 되면 비효율적인 전시 행정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게 불 보듯 뻔하다. 현재 월 67시간 초과근무를 꽉 채우고 연가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공무원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현실을 도외시한 정책보다는 기본부터 충실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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