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인의 한(限)을 상징하는 꽃 한가지를 말하라면 진달래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사랑하는 연인을 고이 떠나보내며 ‘사뿐이 즈려 밟고’ 가라며 한 아름 뿌리는 꽃이 진달래며, 전쟁에서 죽은 남편을 가슴에 묻으며 팍팍한 시집살이를 견뎌내기 위해 뒷산에 올라 꺾어 입에 물었던 꽃이 진달래다. 어머니를 기억하며 진달래를 화폭에 담은 김정수의 개인전 ‘진달래 그림’전이 29일부터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다. 파리에서 17년간 지냈던 작가가 이땅에 대한 원형을 진달래에서 찾고 그 감성을 그림으로 옮겼다. 김정수는 어릴 적 어머니의 손을 잡고 올랐던 동산에 지천으로 피어있던 진달래에서 한국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는 어머니, 꽃 지짐, 술, 자신이 다닌 이땅 곳곳의 사는 모습과 형편, 프랑스에서의 오랜 생활과 그곳에서 느낀 은밀한 차별 등 진달래와 얽혀 떠오른 영상을 그림에 갈무리했다. 작가가 그의 정체성을 진달래에서 찾은 데는 가장 지역적이면서도 보편적인 가치를 지닐만한 이미지는 꽃이며 그 중 진달래는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일종의 개인적인 기호이면서 가장 한국적인 이미지에 대한 상징이기 때문. 지극히 한국적일 것만 같은 그의 그림은 서양과 동양의 중간쯤에 서 있다. 삭막한 단색의 건물에 진달래가 나비처럼 떨어지는 모습은 현실의 고됨과 꽃이 지닌 화려함이 묘한 대비를 이룬다. 무채색의 배경과 떨어지는 진달래는 소박함에 묻힌 작가의 불타는듯한 열정이 느껴진다. 김정수씨는 “진달래는 중국의 철쭉이나 일본의 벗 꽃과는 차별되는 한국의 야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이라며 “아스라하면서도 아름다운 자태를 표현하기위해 진달래를 필요한 부분만큼 꺾고 생략하고 과장하는 과정을 거치는 작업을 진행했다”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인사아트센터 29일부터 4월 4일까지. (02)73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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