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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21세기 물산업 석유산업 추월 '블루골드 시대'



『 # 지난 겨울부터 봄 사이 전국 곳곳에 가뭄이 발생하면서 태백을 비롯한 강원 남부 지역은 물 부족으로 올 1월5일 물 공급량의 5%를 줄였다. 1월 18일부터는 하루 3시간만 제한적으로 급수하는 비상 상황에 돌입, 4월 3일 정상을 찾을 때까지 꼬박 88일동안 불편한 생활을 겪었다. # 최근 삼성그룹 사장단에서는 수요회의에 남궁은 명지대 환경생물공학부 교수를 초청해 '물 산업을 미래전략 산업으로'라는 주제의 강연을 들었다. 수처리 선진화 사업단 단장인 남궁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물 산업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미래 전략 산업으로서 물의 가치와 가능성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의 물에 대한 관심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것은 물론이다. 물은 생명체의 생존에 필수 조건이지만 쓸 수 있는 물의 양은 한정돼 있다. 과학자들은 지구상의 물을 13억∼14억㎦ 규모로 추산하는데 바닷물과 얼음 등을 제외하고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물은 전체의 0.39%에 불과하다고 한다(한국수자원공사). 물은 지역적으로도 편중돼 있다. 인도 뭄바이 지역의 화장실 1개당 사용 인구는 무려 5,440명에 이르며 동남부 아프리카 일부 지역 주민들은 1인당 하루 평균 겨우 5~20ℓ의 물만 사용한다. 오는 2030년에는 제3세계 거대도시 중심부 인구 중 절반이 위생 시설 및 용수 공급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물 빈민'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지난 해 7월 개최된 세계미래회의에서 "전세계적인 물 부족으로 물 값이 원유 가격만큼 올라 10년 안에 물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인간의 평균 수명 연장으로 2050년까지 세계 인구가 현재의 68억명 선에서 91억명(유엔 추산)으로 폭발적인 증가하면서 앞으로 20~30년 후에는 세계 인류의 절반 가량이 물 부족 지역에서 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100년간 한반도의 평균기온이 세계 평균의 2배인 1.5℃ 상승했으며 이미 10년 전부터 물 부족 국가로 분류돼 있다. 우리나라의 연간 강수량은 세계 평균보다 많지만 높은 인구밀도로 인해 1인당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8분의1에 불과하다. 급기야 지난 겨울에는 태백 가뭄 사태까지 발생하는 등 물 부족은 현실적이면서 치명적인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언제나 위기 속에 기회가 있는 법. 세계 산업계는 물 시장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는다. 미 경제주간 포춘지는 21세기에 물 산업이 석유 산업을 추월할 가능성이 높다며 물 산업의 유망성을 평가했다. 공공재로만 인식돼온 물이라는 천연자원을 경제재의 개념으로 접근, 어떻게 가공ㆍ관리하느냐에 따라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수 있는 새로운 자원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물을 '물로 보는' 시대 지났다. 이번 주 리빙앤조이는 '블루 골드(Blue Gold)'라는 찬사까지 들으며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는 물 속을 들여다봤다. 』 프리미엄 생수·물 소믈리에… '물' 싸움 '불' 붙었다
'물 부족 국가' 한국 생수시장 매년 10% 이상 고속성장 기대
유통 생수업체 100곳… 시설·운영등 토털 솔루션 업체 거듭나야
전세계적으로 물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각 국이 깨끗한 물 찾기에 나섰다. 안정된 물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땅 속은 물론 해저 깊은 곳까지 시추선을 꽂아대는 등 첨단 과학을 활용한 다양한 기술이 선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 국내에도 휘발유보다 값비싼 프리미엄 생수가 등장하면서 부가가치가 높은 자원으로서 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월드워치연구소는 “물의 희소성은 우리 시대의 지구 환경에 있어 가장 피하고 싶은 도전”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물 부족 시대가 왔다 일반적으로 한 사람이 하루 동안 마시고, 씻고, 요리하고, 청소하는 등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사용하는 물의 양은 최소 50ℓ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사용하는 물의 양에도 빈부 격차가 있다. 한 통계에 따르면 북미 사람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은 600ℓ에 이르는 반면 아프리카 사람들은 6ℓ 밖에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UNDP 자료). 우리나라의 경우 2007년말 기준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이 340ℓ로, 그나마 정부의 물 절약 캠페인에 힘입어 지난 10년새 소량씩 줄어드는 추세다. 물은 먹고 마시고 씻는 데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유네스코 산하의 물환경교육기관(IHE)에 따르면 면 티셔츠 한 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2,700ℓ, 청바지 한 벌을 생산하기까지 1만 2,000ℓ의 물이 필요하다. 핸드폰이나 자동차를 만드는 데도 엄청난 양의 물이 소요된다. 이러한 물 소비를 ‘가상적 물(virtual water)’이라고 일컫는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물이 깨끗하지 않다는 점이다.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 개발도상국의 하수처리 미비 등으로 인한 수질오염 때문이다. 세계 물 포럼에 따르면 현재 11억명이 안전한 물을 마시지 못하고 있으며 매년 500만명 이상이 수인성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다. 이는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의 10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물 관리와 물 처리 기술의 선진화를 통해 향후 예상되는 재앙을 방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의 물 상황도 녹록하지 않다. 지난 30년간 우리나라 연 평균 강수량은 1,245㎜로 세계 평균의 1.4배에 달하지만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해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됐다. 당장 2011년엔 연간 20억 톤의 물이 부족할 전망이다. 물 가뭄으로 지방 곳곳이 고통을 겪은 것은 물론이고 물 공급 문제를 둘러싸고 지방자치단체끼리 분쟁을 일으키는 사례도 생겨났다. ■국내 먹는 물 시장은 급팽창중 기성 세대에게 물이란 수도꼭지만 틀면 언제든 콸콸 나오는 평범한 일상이었다. 그러다 불과 몇 년 전부터 물을 사 먹기 시작했고 집집마다 주방에 정수기가 자리를 잡았다. 물 맛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도 달라졌다. 물도 입맛대로 골라 마시는 시대가 된 것이다. 지난 95년 ‘먹는 물 관리법’의 제정과 함께 정부가 물 시판을 허용한 뒤 국내 생수시장은 매년 10% 이상 고속 성장을 거듭, 시장규모는 올해 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 생수 생산업체는 지난해 10월까지 70여개에 달하며 외국 생수 브랜드까지 더하면 무려 100여개수준이다. 해양심층수, 탄산수, 빙하수 등을 사용한 프리미엄 생수까지 등장했다. 워터비스는 동해 1,032m 해저에서 끌어 올린 해양심층수(제품명 ‘몸愛좋은물’)를 중국 등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롯데칠성의 ‘블루마린’, 석수와 퓨리스의 ‘아쿠아블루’도 워터비스가 공급한 해양심층수를 이용한 생수 제품을 판매중이다. 헐리우드 영화와 미국 드라마들도 프리미엄 생수의 등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피지워터’는 ‘위기의 주부들’ ‘CSI 수사대’ ‘섹스 앤 더 시티’ 같은 미국 드라마에 자주 등장한 덕분에 ‘미드’를 즐겨보는 젊은층의 인기를 얻었다. 캘빈 클라인의 디렉터인 닐 크래프트와 향수 디자인 전문가들에 의해 개발된 노르웨이산 ‘보스’는 6성급 특급 호텔과 고급 레스토랑에 들어가 있다. 프리미엄 생수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물을 직접 골라주는 물 소믈리에도 생겼다. 올해 부산에 문을 연 신세계 센텀시티는 백화점 최초로 ‘워터 바’를 열고 워터 소믈리에를 상주시켜 고객에게 생수에 대한 설명을 해주고 레몬이나 허브 잎을 띄워준다. 현재 90여종의 생수를 비치하고 있는데 오픈 한달 만에 하루 평균 100여명의 고객이 방문할 정도로 호응이 뜨겁다. 프라자호텔 내 이탈리안 레스토랑 ‘투스카니’에서도 소믈리에가 고객에게 맞는 물을 골라준다. 신영철 소믈리에는 “지난 한해동안 프리미엄 생수 판매량은 한 달 평균 100병 정도로 맥주 판매량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프리미엄 생수 종류를 현재 12가지에서 앞으로 40종까지 늘려 고객 니즈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생수만 파는 워터카페도 선보였다. 지난 2007년말 ‘노트랜스 클럽’이 삼성동에 문을 연 ‘노트랜스 워터카페’는 ‘아쿠아미룸’, ‘페리에’, ‘피지워터’ 등 20여 가지 국내외 프리미엄 생수를 판매하고 있다. 황주성 대표는 “경제 위기로 성장세가 다소 둔화되고는 있지만 건강에 대한 관심과 함께 물 시장은 확대될 것”이라며 “최근 유행에 따라 물을 고르는 경향이 있는데 건강을 위해서는 체질에 맞는 물을 마시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물 산업의 미래는 밝다 물 부족 현상이 심화될수록 물 산업의 중요성은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블랙 골드(원유)’에 이어 ‘블루 골드’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대표적인 물 산업인 고도 물처리 산업은 물을 최종적인 재화로 제공하거나 이를 위해 직접적으로 필요한 중간 재화 혹은 용역을 제공하는 산업을 말한다. 하수 처리산업과 상하수도 장치, 처리약품, 상수원 개발 등이 포함된다. 영국의 글로벌워터 인텔리전스(GWI)는 세계 물 시장 규모가 연간 5,000억 달러를 넘고 해마다 6~7%씩 성장, 오는 2015년에는 1조 5,433억 달러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불황기에는 먹고 마시고 숨쉬는데 필요한 원초적인 자원 관련 산업에 오히려 주목해야한다는 경제 전문가들의 견해도 물 산업의 중요도를 끌어올리는데 한몫하고 있다. 물 시장에서는 유럽 기업이 단연 강세다. 특히 프랑스는 19세기 후반부터 세계 최대의 물 기업인 베올리아와 수에즈를 정책적으로 키웠다. 베올리아는 수처리 분야, 관련 설비 설계, 시공 및 유지 서비스, 상하수 부문 컨설팅 엔지니어링 서비스 등 각종 제조기술을 물과 밀접하게 연관시켜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 있다. 우리나라도 물 부족국가이긴 하지만 국가별 수질지수로는 세계 8위에 올라있어 기술력 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할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두산중공업, 코오롱, 삼성엔지니어링, 태영, 대우건설, 한화건설 등이 물 산업에 나서고 있다. 특히 세계 해수담수화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두산중공업은 해수담수화분야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처리 사업에 진출하는 등 향후 물 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최근 삼성 사장단 회의에서 강연했던 남궁은 명지대 환경생물공학부 교수는 “한국의 물 산업은 이제서야 걸음마를 시작했는데 핵심인 상하수도가 아니라 해수 담수화나 수로 건설 등이 대부분”이라며 “세계적인 물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분야, 즉 상하수도를 묶은 수자원 시설ㆍ운영ㆍ관리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토털 솔루션 업체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 평등 실현 역시 인류의 몫 그런데 최근 휘발유 가격보다 수십 배니 비싼 물을 둘러싸고 소유권이 과연 누구에게 있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산 프리미엄 탄산수 ‘이드록시다즈’의 가격은 200㎖에 1만원(1ℓ당 5만원)으로 1ℓ당 1,500원 내외인 휘발유 가격과 비교하면 30배 이상 비싼 가격이다. 국내 대표적인 먹는 샘물인 ‘제주 삼다수’도 500㎖에 750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휘발유 가격과 일반 생수 값이 비슷해진 셈이다. ‘물은 누구의 것인가’(지식의 날개 펴냄)의 저자 모드 발로 씨는 “블루 골드, 곧 물은 정부나 거대 기업들이 말하는 선점 대상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 보존돼야 할 인류 공동의 소중한 자원”이라고 지적했다. 발로 씨는 “인도 뭄바이의 화장실 1개당 인구는 무려 5,440명이며 오는 2030년에는 제3세계 거대도시 중심부의 인구 중 절반이 이 같이 위생 시설 및 용수 공급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물 빈민’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농사를 지을 물이 부족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탈출하는 멕시코 농부처럼 ‘물 난민’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았다. 그는 물은 인간의 숭고한 권리이자 공동의 자산이라며 물 보전과 물 민주주의를 기본으로 하는 푸른 서약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과학환경 전문 작가인 엘리자베스 로이트 씨도 최근 ‘보틀마니아’(사문난적 펴냄)를 통해 “생수는 ‘20세기 최대의 마케팅 성공작’이지만 물이 물리적 자원이 아니라 사회적 자원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잊고 있다”며 “지구 온난화에 직면한 우리 모두가 자연을 살리는 수자원 보호 전략을 수립해 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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