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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銀 파업 타결 배경과 전망

노조 "공권력 투입 우려"… 사측 "영업기반·이미지 훼손 우려"

지난 2000년말 국민.주택은행 이후 은행권 최장기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던 한미은행의 파업이 18일만에 노사의 극적 협상 타결로 해결된 데는 파업 장기화에 따른 노사 양측의 부담감이 상당히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명분없는 파업으로 고객 불편을 가중시킨다는 비난 여론이 고조된 상황에서 정부의 공권력이 투입되면 장기파업을 통해 아무런 이익을 얻지 못하고 사측도 파업에 따른 영업기반과 이미지 훼손, 씨티은행과의 통합 차질 등을 우려하지 않을수 없어 양측이 한발씩 양보한 것으로 금융계 관계자들은 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잠정 합의안 내용 중 직원 배치.취업 규칙, 통합 은행 상호명 등 주요쟁점에 대해 추후 협의한다는 원칙론만 있을 뿐 구체적이고 명확한 합의가 없어 한미와 씨티의 통합과정에서 다시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남아있다. 한편 이번 파업은 다국적기업의 노사문화가 국내에 어떻게 접목되는가를 생생하게 보여준 하나의 본보기로서 국내진출을 시도하는 외국기업들이나 국내 노조들의연구대상이 될 전망이다. ◆잠정 합의안 도출 배경...노사 부담 가중 지난달 25일 시작된 한미은행 노조의 파업은 지난 6일 노조의 농성장 이동과 협상 중단으로 본격적인 장기전으로 접어드는 듯 했지만 지난 10일부터 협상이 재개되면서 극적 타결 가능성을 보였다. 노사 모두 공권력이라는 외부적인 힘에 의해 파업이 종료되면 막대한 후유증을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노사 양측 모두 지난 주말을 고비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데주력했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파업 지도부 내부에서도 지난 주말을 분기점으로 공권력투입으로 목적 달성 없이 파업을 무산시키기보다는 실리를 얻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3주 가까이 농성을 하고 있는 조합원들도 지쳐있고 여론의 반응도 좋지 않아 오는 13일로 예정된 금융노조의 연대파업 여부를 묻는 투표에서 찬성표가 많이 나온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는 점도 노조의 협상 타결을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사측 역시 파업이 더 이상 길어지면 영업력과 대외 이미지 손상이 커지고 공권력을 통해 파업이 해결되면 사원들과의 앙금이 남게 돼 씨티와의 성공적인 통합을위해 반드시 필요한 화학적 결합이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노사 한발씩 양보..노조 실리 챙기고 사측은 명분 우위 노사가 한발씩 양보한 잠정 합의안으로 노조는 실리를 챙겼고 사측은 명분 싸움에서 우위를 지켰다는게 금융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그러나 노사 양측이 내세웠던 명분을 놓고 협상 결과를 평가한다면 노조보다는사측이 우위를 지킨 협상이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노사는 협상 쟁점이었던 사무직군제의 즉각적인 폐지에 대해 2006년말까지 단계적 폐지라는 절충안을 도출했고 자동호봉승급제는 4급 이하의 경우 다음달 1일부터, 부.점.팀장을 제외한 3급은 2005년말까지 각각 실시한다는 절충점을 찾았다. 노조는 이들 사안을 즉시 실시하자고 주장했고 사측은 이를 거부했지만 양측이한 걸음씩 물러서 단계적 폐지와 실시라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노조는 또 고용보장, 합병 보로금 400%(기준봉급 대비) 지급, 사측의 인위적인구조조정 금지 등도 얻어냈다. 사측은 한미은행 상호 유지, 상장폐지 철회 등의 노조 요구를 조합원 의견을 청취해 결정한다거나 상장폐지가 국내 금융감독 회피와 한국의 회계관행에 반하는 영업이익의 과도한 해외송금 등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문구로 막아내 경영권과 관련된 사안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협상 시작 전의 원칙을 지켰다. 사측은 임금인상도 은행권의 공동 단체 협상 결과보다 높은 수준으로 인상하되 공단협이후 보충 교섭하기로 합의, 공단협 이후 논의해야 한다는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켰다. 금융계 관계자는 "노조가 협상의 전략상 사측이 받아들이기 힘든 경영권 관련사항을 요구조건으로 제기했을 수도 있겠지만 파업의 대의명분이 독립경영이었다는것을 감안하면 얻어낸 것이 하나도 없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파업을 한 모양새가 됐다"며 "이번 협상 결과를 노조의 판정패로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불씨는 아직 남아 어렵게 합의점을 찾았지만 합의문 조항 중에 추후 협상 등을 통해 결정될 애매한 사항들이 많아 이번 타결이 일단 급한 불을 끄는 수준에 그칠 뿐 한미은행과 씨티은행의 통합과정에서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은행은 직원배치 과정에서 노조가 이의를 제기하면 노조와 협의한다거나 통합시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취업규칙, 보수관계 규정 등 제 규정을 제정 또는 변경하고자 할 때에는 조합과 사전에 합의한다고 돼 있어 다툼의 소지를 남겨두고 있다. 고용보장도 직원의 의사에 반하는 강제적 퇴직이나 해고, 인위岵? 구조조정을하지 않겠다고 사측이 합의했지만 은행들이 명예퇴직이나 희망퇴직 등을 통해 인력을 감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고용보장 조항은 못된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또 은행 상호 결정문제도 고객들의 인지도와 선호도 등을 고려해 미래의 잠재고객에게도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이름으로 조합의 의견을 청취해 은행이 결정한다고 애매하게 합의문에 담겨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한미와 씨티 양측 모두가 선선히 받아들일 수 있는 인지도와 선호도의 비교기준을 찾기 힘들 뿐 아니라 자존심을 걸고 자신들의 상호를 고집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은행의 한 임원은 "현재 통합이 진행중인 조흥과 신한은행에서 볼 수 있듯이 실질적인 통합과정에서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번 잠정 합의문 자체에도 시각에 따라 여러 해석이 나올 수 있는 문구들이 적지않다"고 말했다. ◆ 다국적기업 노사문화의 국내 접목 선례 이번 파업사태는 씨티은행이라는 다국적 기업의 노사문화가 우리나라 노동계에어떻게 접목될 것인지를 놓고 금융권은 물론 업계 전반에 큰 관심을 불러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어정쩡하게 봉합된다면 명분이 없는 '일단 하고보자'는 식의 파업이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있었지만 사측이 원칙을 끝까지 고수함으로써 외국기업의 입장에서 모종의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진 셈"이라고 평가했다. 한미은행 파업사태가 다국적 기업의 노사문화와 우리나라 노동계의 노사관이 충돌하는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파국을 빚을 수도 있었으나 비록 장기간의 소모적 파업이기는 했지만 극한 대결을 피하고 대화로 타결점을 찾은 것 역시 우리 노동계와 외국 기업 모두에게 긍정적인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한 외국계은행 관계자는 "인수.합병을 통해 해당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혀가는외국기업의 입장에서 이번 한미은행 파업사태는 생생한 연구 대상"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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