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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용의 세계 100대 코스 탐방] 아름다움 속에 감춰진 발톱 '로열 멜버른'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지난 2005년은 내게 특별한 해로 기억된다. 인도 골프계의 가장 큰 행사에 아시아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초청됐는가 하면, 그 덕분에 세계에서 그 어느 곳보다 아름다운 코스로 손꼽히는 호주의 로열 멜버른도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빅토리아 여왕이 수여한 '로열' 인도에 골프가 들어온 지 50주년을 기념하는 '골든 주빌리(Golden Jubilee)'라는 행사가 2005년에 펼쳐졌다. 인도 골프협회장의 초청을 받아 인도를 방문하는 길에 호주에 먼저 들르기로 마음먹었다.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로열 멜버른 골프클럽을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12월 7일 10시간의 비행 끝에 마침내 호주 시드니에 도착했다. 시드니에는 세계 100대 코스에서 36위를 차지한 뉴사우스 웰스 골프장도 자리한다. 호주의 골프장은 대개 모래 위에 조성되어 '모래벨트'라 불린다. 이곳에는 세계 100대 코스 안에 드는 곳이 6개 있다. 로열 멜버른의 웨스트 코스(15위)와 이스트 코스(72위), 킹스턴 히스(26위), 반보걸 듄스(35위), 로열 아델라이드(75위) 등이 쟁쟁한 명문 클럽으로 명성이 높다. 이 가운데 로열 멜버른, 킹스턴 히스, 뉴사우스 웰스는 한국의 나인브릿지와 전략적 제휴를 맺어 서로의 회원들에게 교류의 장과 부킹 편의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시드니에서 멜버른까지는 버스로 11시간 거리. 멜버른은 '남태평양의 런던'으로 불리는 곳이다. 1956년 제16회 올림픽이 개최됐고, 이때 처음으로 올림픽 폐막식이 선보여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세계 4대 메이저 테니스대회인 호주오픈이 1904년부터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캔버라 이전에 임시수도였던 이곳은 정치와 문화의 중심지다. 로열 멜버른 골프장의 역사는 18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95년 당시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은 도심에 있던 멜버른 골프장에 '로열'이란 칭호를 수여했다. 영국의 '로열 세인트조지' 골프장을 연상시킨다. '왕가'를 의미하는 로열은 그만큼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 이때부터 로열 멜버른으로 불리기 시작했고, 이후 도시 개발이 확산되면서 골프장이 외곽으로 이전한 것이다. '세계 최고' 수식어 줄줄 이어져 스코틀랜드 이민자들이 떠나온 고향을 생각하며 히스와 모래언덕에 꾸민 로열 멜버른은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코스이자 아름답기로 소문난 명문클럽이다. 오스트레일리아오픈 챔피언이었던 알렉스 러셀이 1924년 설계해 8년 뒤 이스트 코스 18홀이 문을 열었다. 여기에 1926년 알렉스 맥켄지가 설계한 웨스트 코스 18홀을 합쳐 모두 36홀 코스로 구성돼 있다. 특히 이스트 코스 6개 홀과 웨스트 코스 12개 홀을 합쳐 컴포지트 코스(파71, 6,934야드)가 조성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이 코스는 1959년 지금의 월드컵인 캐나다컵을 개최하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1998년에는 프레지던츠컵 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백상어' 그렉 노먼이 가장 좋아하는 코스이기도 한 로열 멜버른은 서든데스와 같이 매치플레이 승부를 가려야 하는 경우, 그리고 코스관리를 위해 19번홀을 별도로 운영하기도 한다. 또한 수동카트를 그린에 끌고 올라갈 수도 있다. 웨스트 6번홀은 세계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홀 중 하나로 꼽힌다. 이 홀은 페어웨이가 직각으로 꺾여 있는 도그렉홀이어 공략하기가 대단히 까다롭다. 안전지대로 티샷을 날리려면 4개의 벙커와 위험한 덤불을 지나야 한다. 그린 주위의 벙커 때문에 어프로치도 쉽지 않다. 앞경사가 심한 그린은 볼이 흘러내릴 정도다. 10번홀은 왼쪽으로 꺾이는 도그렉홀로 전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짧은 파4 홀로 손꼽힌다. 395m의 파4 홀인 18번홀은 그린 주변에 6개의 벙커가 도사리고 있는 웅장한 피니시 홀이다. 이곳의 그린은 매끈하고 빨라 흡사 미국 오거스타내셔널의 유리알 그린을 연상시킨다. 웨스트 코스를 설계한 맥킨지는 아마도 이곳의 그린을 본떠 1928년 오거스타내셔널을 만들었을 것이다. 4번홀은 세계적으로 가장 훌륭한 그린 주변 벙커로 둘러싸여 있다. 로열 멜버른은 그린이 정교하게 잘 꾸며져 있어 이곳을 찾는 골퍼들에게 퍼팅의 진정한 묘미를 선사한다. 80대 중반의 스코어를 유지하던 내가 이날은 92타를 스코어카드에 적어냈을 정도로 코스와 그린이 쉽지 않았다. 최고의 코스와 함께하는 '삶의 굿샷' 호주는 남한의 80배 면적에 인구는 2천만명에 불과한 나라다. 1770년 영국 탐험가 제임스 쿡 선장이 발견한 이래 이민자들이 몰려들었다. 자연의 아름다움이 잘 보존돼 있어 관광객이 넘쳐난다. 영화 무랑루즈에 출연한 니콜 키드먼, 글래디에이터에서 검투사로 활약하며 우리에게 낯익은 럿셀 크로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배우 중 호주 출신이 적지 않다. 최근 호주를 찾는 한국 유학생들이 급증하면서 한식당도 즐비하다. 시드니에는 한인타운도 있고 '한국의 거리'도 자리한다. 뉴질랜드와 인접해 있기 때문에 라운드를 위해 호주를 방문한 골퍼들은 뉴질랜드도 가볼 만하다. 다음에 소개할 예정인 케이프 키드내퍼스 골프클럽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와 계절이 반대여서 내가 방문했던 12월에는 날씨가 더할 수 없이 좋았다. 호주에서의 추억은 내게 세계 최고의 코스에 대한 안목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정신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많은 것들을 놓치며 산다. 기회가 닿는다면 이런 곳을 찾아 시야와 안목을 넓히고 인생의 굿샷을 날려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 필자인 김운용 클럽나인브릿지 대표이사는 골프에 대한 지식 및 기여도, 세계 100대 코스 중 50곳 이상의 라운드 경험 등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채우고 지난해 10월 한국인 최초로 골프매거진 세계 100대 코스 선정위원으로 위촉됐으며, 본지 한국 10대 코스 선정위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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