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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편성방식 변경] 부처 터무니없는 액수요구 사라져

정부의 예산편성 방식이 56년만에 변하게 된 것은 크게 두가지 배경에서다. 첫째 복지나 국방, 통일, 국가채무 등 지출 수요는 끝없이 늘어나는 반면 세입은 증가세가 크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정적으로 쓸 곳이 늘어난 반면 봉급은 미미하게 증가하는 가계와 비슷한 처지다. 둘째는 연간 단위의 재정운용이 지니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일반회계와 특별회계, 기금까지 합쳐 250조원이 넘는 재정을 연간 단위로 운영하는 통해 국가 중장기 발전목표와 재정집행간 불일치가 적지 않았다는 반성이 깔려 있다. 한마디로 예산사용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뜻이다. 재정의 어려움을 일찌감치 경험한 선진국일수록 사전재정배분제와 비슷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예산 편성 어떻게 달라지나=식단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지금까지의 방식은 정부가 각 부처의 식단 편성에 예산처가 콩나물에 들어가는 양념까지 간섭하는 반면 사전배분방식은 전체적인 식비와 육류, 채소류 섭취기준만 제시하는 식이다. 나물을 무쳐먹든 비타민제를 섭취하든 판단은 각 부처의 소관이다. 이 경우 각 부처가 편중되거나 무리하게 예산을 사용할 가능성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부처의 책임이다. 그래서 예산집행의 효율성이 떨어질 경우에 대비한 장치도 있다. 예산처가 올해부터 본격화시킬 `성과관리`제도에 의해 책임소재가 규명될 예정이다. ◇예산집행 효율성 높아질 듯=톱다운 방식의 도입으로 일단 각 부처의 터무니없는 예산요구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무원들의 창의력도 발휘될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 예산사정이 빠듯하다 보니 각 부처가 올리는 신규사업은 최우선 삭감대상이 됐지만 부처가 스스로 우선순위를 정할 경우 중요한 신규사업에는 과감하게 예산을 배정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각 부처의 예산신청 단계에서부터 신규사업은 아예 빠지고 계속 사업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비효율 구조 역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각 부처의 쌈짓돈`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특별회계와 기금 운영도 한결 투명하게 바뀔 전망이다. 일반회계 뿐 아니라 특별회계와 기금도 중기재정과 사전배분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개선해야 할 점도 많아=새 제도는 올해부터 당장 시행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 각 부처가 5년간의 예산소요를 성의있게 편성하느냐는 점. 무작정 많이 타내려는 지금까지 습성이 나오거나 제대로 된 추산을 못할 경우 새로운 제도는 `개발에 편자`격이 될 수 있다. 과연 정부 각 부처의 준비가 갖춰졌는지 여부는 이달말이면 가늠할 수 있다. 중기예산소요 제출시한이 이달 말이다. 예산의 지출한도가 분야별, 부처별, 부처내 부문별, 부처내 회계별 등 4개 분야로 나뉠 정도로 이중삼중의 그물망이 쳐 있다는 점도 문제다. 예산이 낭비될 소지를 최소화한다는 취지지만 예산관련 업무가 폭증하고 각종 원칙과 조항이 사문화할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예산당국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마련한 조정재원을 가지고 이전과 같은 영향력을 발휘할 소지도 남아 있다. 국무회의 토론도 관심사다. 내각이 주말에 수상의 별장에 모여 총액을 놓고 각료들이 제로섬 게임을 벌여 예산을 가져가는 스웨덴 모델까지는 아니더라도 1,2차 국무회의를 통해 장관의 언변과 실력이 부처의 예산총액을 정하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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