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산책] 메이크업, 문화산업으로 신단주(한국분장예술인협회장) 메이크업아티스트는 단지 여성들의 얼굴을 화려하고 예쁘게 만들어주는 미(美)의 창조자로 정의할 수 없다. 본래 우리나라의 '메이크업' 개념은 여성들이 본인의 얼굴을 꾸미는 화장(化粧)의 개념으로 시작됐지만 지금은 '메이크업'이라 하여 미용실에서 예쁜 화장을 하고 분홍색 립스틱을 바르는 모습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제 메이크업은 앳된 배우의 얼굴을 '할머니'로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특수제작된 마스크를 사람의 얼굴에 부착해 '동물'로 만들기도 한다. 영화제작 현장에서도 이미 메이크업은 무제한의 캐릭터를 생산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는 메이크업 기술과 디지털기술이 결합해 인간의 힘으로 창조할 수 없는 캐릭터가 없게 만든 것이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결합하듯 예술과 기술이 결합해 결실을 맺은 것이다. 또한 최근 들어서는 애니메트로닉스(AnimatronicsㆍAnimation+Electronics)의 산업영역을 구축해 실제 상황에서 재현하기 힘든 아기ㆍ말ㆍ맹수 등을 더미로 만든 다음 상황에 맞춰 조작해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기술산업의 영역에도 참여하고 있다. 한편 브랜드 광고의 특화된 메이크업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창조한다든가 정치인들의 이미지메이킹 수단으로 일반화되면서 '메이크업'은 '뷰티산업'의 영역을 훌쩍 뛰어넘었다. 또한 순수예술 분야에서도 메이크업아티스트는 뷰티디자인의 아티스트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문화콘텐츠는 인간의 감성ㆍ창의력ㆍ상상력을 원천으로 문화적 요소가 체화돼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문화상품(cultural commodity)이다. 이 문화상품에는 다양한 기술과 인력ㆍ창작이 필요하며 시각적인 부분의 상당한 비중을 메이크업이 차지하고 있다. 결국 인간은 눈으로 봐야 비로소 느끼는 것이다. 남녀노소의 구분 없이 최고의 찬사를 받는 뮤지컬 '라이온킹'을 보라.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라이온킹은 배우들이 연기하기 어려운 동물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동양의 공연예술을 접목, 기존 애니메이션과는 완전히 다른 무대를 만들어 보이며 세계인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이는 무대연출과 의상ㆍ가면 등의 독창적인 디자인을 바탕으로 뛰어난 메이크업 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던 영화 '반지의 제왕'을 보라. 수십, 수백명의 등장인물에는 그 캐릭터와 역할에 걸맞은 메이크업아티스트의 철저한 기획과 축적된 테크닉이 발휘돼 있다. 괴물과 신령, 천사와 기사 등이 등장하는 이 영화는 개봉 이후 캐릭터 산업만으로도 엄청난 경제효과와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었다. 또한 지난 2006년 최고 흥행을 기록했던 한국영화 '괴물'에 등장한 괴물은 대부분 컴퓨터그래픽(CG) 효과로 완성됐지만 입과 꼬리 부분의 움직임은 특수분장이 기본이 된 애니메트로닉스의 기술을 사용했다. 현대 영화기술로 대표되는 CG기술 또한 애니메이션 작업이 아닌 이상 '메이크업'이라는 기본작업을 거치지 않으면 어떤 결과물도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이다. 한국의 메이크업아티스트는 이미 세계시장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한국의 메이크업 기술을 정책적으로 브랜드화시키고 추후 강력한 문화콘텐츠로서 세계로 수출하는 성장정책이 필요하다. 문화산업에 있어 메이크업은 기초예술의 단계에 속한다. 덧셈을 할 수 있어야 수학을 공부할 수 있듯 기본이 튼튼한 문화예술시장을 만들어야 그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 최고의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 해외의 메이크업아티스트를 수입해오는 일은 없어야 할 것 아닌가. 메이크업산업이 이제껏 한국의 문화예술산업 발전에 소리없이 그 힘을 제공해왔다면 메이크업 기술에서 생산되는 문화콘텐츠 기술이 우리나라를 문화강국으로 손꼽힐 수 있게 하는 거대한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입력시간 : 2008/01/2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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