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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화하는 고용 없는 성장

삼성경제연구소가 선정한 올해의 국내 10대 트렌드 가운데 `경기 양극화와 고용 없는 성장`이 으뜸을 차지했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도 8일 우리 나라의 중소기업과 내수산업이 경쟁력을 상실하면서 산업 공동화가 촉진되고 고용 없는 성장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마디로 지난해의 경제성장률 둔화에 이어 올해 또한 실속 없는 성장에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기 양극화와 고용 없는 성장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일부 대기업과 정보기술이 주도하는 수출의 성장세는 예상되나 고용과 직결되는 중소기업과 내수산업은 어려움이 예상돼 결국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는 진단이다. 박 총재는 고용 없는 성장의 주요인으로 중국 효과를 꼽고 있다. 중국 특수로 중화학ㆍ정보기술 산업의 수출 호황이 예상되지만, 동시에 중국의 저임금이 한국상품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고용없는 성장은 사회불안 요인이다. 지난해 4만명의 일자리가 줄어든 데 이어 올해에도 일자리가 줄어들거나 정체된다면 사회불안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무직자 가구 통계는 이를 수치로 뒷받침해준다. 2000년 기준으로 전체 1,431만 가구 가운데 18.8%인 269만 가구에 직업 있는 식구가 없고 최저생계비 이하로 사는 절대 빈곤층도 외환위기 이전인 1996년의 5.9%에서 11.4%로 배 가까이 늘었다. 2000년은 외환위기가 수습된 시점이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지금의 절대빈곤층이 당시보다 더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고용 없는 성장은 이처럼 실업을 더욱 악화시키고 중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훼손할 것이다. 따라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설비투자의 활성화가 시급하다. 기업의 투자의욕을 살리려면 무엇보다 기업인의 사기를 살려줘야 한다. 노조의 불법 파업이 근절돼야 하고, 기업인들을 발목을 잡고 있는 정치자금사건의 수사도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일자리 만들기와 함께 임금피크제 도입 등 일자리 나누기도 병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14만여명이나 모자라는 중소기업 인력을 감안할 때 구직자의 눈높이도 달라져야 마땅하다. 고용 없는 성장은 올해 선진국 경제에서도 주요한 이슈로 등장했지만 우리 경제에 미치는 충격파는 다른 어느나라 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 없는 성장으로는 성장률이 아무리 높아도 현정부의 국정과제인 국민소득 2만 달러를 이룰 수 없다. 정부는 고용창출에 정책노력을 집중하고, 국민들은 취업의 눈높이 조정 등을 통해 취업상태를 유지토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재용기자 jy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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