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각부처·靑·정치권등 여과없이 쏟아내<br>"누구 말 믿어야 하나" 집값 민심만 흉흉
'사공 많은' 부동산정책
정부 각부처·靑·정치권등 여과없이 쏟아내"누구 말 믿어야 하나" 집값 민심만 흉흉
정두환 기자 dhchung@sed.co.kr
이철균기자 fusioncj@sed.co.kr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나.'
부동산대책에 '사공'이 너무 많다. 하루가 멀다 하고 재정경제부ㆍ건설교통부 등 정부 각 부처는 물론 청와대ㆍ정치권 등에서 여과되지 않은 각종 대책들이 마구잡이로 쏟아져 나오면서 가뜩이나 뒤숭숭한 '집값 민심'을 흉흉하게 만들고 있다.
22일 하루에만 부동산 정책과 관련된 정치권이나 부처의 중량감 있는 고위 당국자들이 내놓은 대책이 홍수를 이루는 등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책임 없는 '말잔치'가 거듭되고 있다. 지난 11ㆍ15 부동산종합대책 발표 때 "부동산대책의 창구를 재정경제부로 단일화하고 긴밀하게 당정협의를 지속하겠다"던 정부의 발표는 온 데 간 데 없어진 셈이다.
노대래 재경부 정책국장은 22일 모 방송에 출연해 "후분양제를 도입하더라도 주택공급시기 지연은 없다"며 전날 재경부가 밝혔던 '후분양제 검토' 방침을 뒤집는 듯한 발언을 했다. 건교부와 재경부가 후분양제에 대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시장을 더욱 악화시킨 꼴이다. 노 국장은 또 앞뒤 없이 갑자기 업체들이 사업계획 조차 확정짓지 않고 있는 서울 뚝섬 상업용지 내 주상복합 아파트의 고분양가 우려를 언급해 관련 업체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에 앞서 강팔문 건교부 주거복지본부장은 21일 재경부의 부동산긴급대책반의 후분양가 검토 발표 직전 서울시를 겨냥해 "은평 뉴타운 후분양은 시장상황을 감안하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해 서울시까지 후분양제 논쟁에 뛰어들게 만드는 빌미를 제공했다. 강 본부장은 지난달 말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현행 채권입찰제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고려해 보완할 부분이 있다면 보완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이후 건교부가 곧바로 '채권입찰제 개선 검토한 바 없다'는 공식 해명자료를 내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정치권도 각종 대책과 말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최근 변재일 열린우리당 제4정책조정위원장이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을 9억원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가 당이 공식발표를 통해 이를 없던 일로 만들었는가 하면 22일에는 '부동산대책 및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해 정부와는 별도로 집값안정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야당도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한나라당 조세개혁특위가 1가구 2주택자에 대한 세제완화 정책을 내놓았음에도 당 지도부가 이를 즉각 부정하고 "개별 의원들의 정책 추진과 당론은 별개"라고 밝히는 등 정책적 혼선을 빚고 있다.
이처럼 부동산 대책이 중구난방식으로 쏟아지는 것은 정부 부처에 지나치게 많은 부동산대책 관련 기구가 만들어진 것이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진지한 대책 논의보다는 개별 부처가 정책 주도권을 잡기 위한 파워게임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니냐는 눈총을 받고 있다. 여기에 정부와 여당간 '긴밀한 협의'가 없이 각종 대책이 땜질식으로 쏟아지는 것은 물론 정치권 내에서도 심도 깊은 대책안 숙의보다는 인기 위주의 일회성 발언들이 잇따르고 있는 것도 혼란을 부채질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당초 분양원가 공개 여부를 검토, 정부에 제도개선안을 '권고'하는 역할을 맡았던 '분양가제도개선위원회'가 마치 정부의 핵심 정책기구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면서 위원들이 부담감을 느껴 회의에 불참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작은 건축 관련 제도 하나를 바꾸는 데도 정책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공청회를 개최 등 다양한 의견수렴절차를 거치게 마련"이라며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집값 대책을 보면 과연 얼마나 효과나 역효과를 고민한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입력시간 : 2006/11/2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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