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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정남녀-장국영과 서기의 색다른 만남

한 영화의 제목은 내용에 대한 일종의 상징이다. 색정남녀(色情男女). 음습한 어느 재개봉관에나 어울릴만한 제목이다. 홍콩의 흥행감독 이동승은 이렇게 ‘수준이 예상되는’영화 제목을 통해 역설적으로 홍콩에서 감독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아성(장국영)은 두 편의 영화를 연출했지만, 이제 더 이상 제작자 찾기가 어려운 상태. 경찰인 애인 메이(막분위)에게 얹혀 사는 그가 얼굴만 반반하지 연기력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여배우 몽교(서기)와 어떻게 포르노 영화 ‘색정남녀’를 만들어 가는가 하는 것이 영화의 줄거리이다. “포르노 감독도 직업이다. 잘 만들기만 하면 된다”며 프로듀서는 그를 다독거리고, “제작비 잡아먹는 감독들 때문에 도대체 살 수가 없다”며 제작자는 감독을 위협한다. 영화는 제작비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만 찍고, 감독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배우가 내키지 않아 하면 그만이다. 왕정, 왕가위 같은 홍콩 스타 감독들의 이름도 들먹여진다. 흥행에 실패한 이동승 감독(이 영화의 진짜 감독이기도 하다)이 자살을 하고, 그 자살 때문에 흥행에 성공하는 이야기는 영화판의 아니러니를 드러내는 데, 아성과 죽은 이동승 감독의 대화장면은 인상적이다. 또한 극중에서 보이는 감독의 현란한 영상적 재능도 흥미롭다. 영화는 이제 홍콩영화도 영화에 대한 자의식을 영화로 표현하기 시작했음을 말한다. 여기에 실제 누드배우 출신으로 홍콩 최고의 인기 스타가 된 서기에게 포르노 배우의 역할을 주어 실제 배우와 캐릭터의 연관성찾기 게임을 유도한다. 그러나 ‘축구가 팀웍이듯 영화도 그렇다’식의 깊이 없는 결말에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 역시 피상적 수준에 머물렀다. 철저한 상업영화식 접근도 한계. 몽교가 배우로서의 직업의식을 갖게 돼 멋진 섹스신을 보인다는 설정을 통해 ‘색정남녀’라는 제목 때문에 극장을 찾은 관객의 호기심을 달래려 한다. 때문에 고뇌하는 감독 아성의 캐릭터는 오히려 몽교의 정사신을 이끌어 내기 위한 치장쯤으로 보일 위험에 처한다. 영화에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줄거리도 비교적 탄탄하고, 볼거리도 제법있다. 그러나 그 이상은 아니다. 18일 개봉. 오락성★★★☆ 예술성★★★/ 박은주기자 JUPE@HK.CO.KR 입력시간 2000/03/11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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