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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6월 1일] 정치권의 숙제 '국민통합'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에 국민들이 있었다. 7일 동안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의 마지막 모습을 기리기 위해 먼 길 마다하지 않고 봉하마을을 다녀갔으며 덕수궁 앞을 비롯, 전국에 설치된 300여곳의 분향소에도 수백만명이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눈물을 흘렸다. ‘슬퍼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고 남긴 그의 유서에 국민들은 ‘지켜주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안녕히 가세요’라며 비통한 마음으로 답했다.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촛불을 밝히는 아버지, 갓난아이를 업고 조문 행렬에 서 있는 주부, 분향소 주변의 쓰레기를 치우는 청소년들, 퇴근 후 분향소에서 조문객들을 안내하는 직장인들….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거리로 나와 그의 죽음을 슬퍼하며 하나가 됐다. 정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한 추모를 위해 3~4시간 기다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길게 늘어선 조문 행렬에 담긴 민의를 읽어내야 한다. 고인에 대한 단순한 동정심이 아니라 자신들의 울분과 삶의 위기감이 투영됐다는 것을…. 장기화하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국민들의 불안과 피로도가 깊어진 탓에 고인을 향한 추모는 추모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비록 그의 재임 기간 보여준 능력과 리더십은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국민들은 대통령에게 진심으로 존중 받았다는 진정성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촛불만 보면 폭도나 시위를 연상하면서 정책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입을 막고 보자는 현 정부와 비교된 탓이기도 하다. 여권은 이번 조문행렬을 통해 국민들의 가슴에 쌓인 응어리를 읽어내야 한다. 야권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4년 대통령 탄핵 이후 실시된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얻었으나 탄핵 정국의 반사이익 효과는 얼마 가지 못했다. 민주당이 자신의 성찰 없이 국민이 바라는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조문 정국이 가져올 반짝 효과에만 기대려 한다면 2004년의 과오를 되풀이하게 될 것이다. 정치권이 민의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은 정치적 무기력증에 시달릴 것이며 더 나아가 정치 혐오증에 빠질 우려가 크다. 문제는 정치적 불행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전세계를 뒤덮은 경제한파를 벗어나기 위해 하나가 돼야 할 시점에 이를 헤쳐나갈 수 있는 동력이 자칫 얼어붙어 버린다면 더 큰 위기가 올 수도 있다. 선진국을 향해 나아가는 ‘대한민국호’가 헤어날 수 없는 혼란에 휩싸이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말 없이 보내는 국민들의 경고를 정치권은 엄숙히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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