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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은행장과 총재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기사가 최근처럼 많았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유지창 전임 산업은행 총재가 은행연합회장으로 가면서 후임 총재 인선을 둘러싸고 비교적 긴 시간이 걸렸고 그 과정에서 무수한 하마평이 나오면서 언론은 물론 독자들의 관심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달여 동안 산업은행 총재가 국민의 관심거리가 되자 독자들로부터 “왜 산업은행의 수장은 은행장이 아니라 총재냐”는 질문을 받고 당황한 적이 있다. 별 문제 없는 사안에 문제 의식을 가지고 들여다보자니 금융권에는 한국은행과 산업은행에만 총재라는 직함이 있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왔다. 사전적 의미로는 은행장과 총재의 개념 구분이 분명하지 않다. 공무원과 금융권 인사들에게 물어봤지만 명확한 해답을 들을 수 없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의 총재는 수장으로서의 권위를 한층 더해준다는 의미가 있다는 정도의 해석이 가장 설득력이 있었다. 국책은행은 산업은행 이외에도 기업ㆍ수출입은행이 있다. 그러나 기업ㆍ수출입은행에는 최고경영자(CEO)의 직함이 은행장이고 총재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다. 금융권의 한 인사는 “산업은행은 정부가 100% 지분을 출자했고 국정감사 수감기관이라서 총재직이 있다”고 설명했는데 이 또한 설득력이 없다. 수출입은행도 100% 정부 출자기관이고 수감기관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산업은행 총재는 그동안 정부 차관급 인사가 독식해온 권위주의의 산물이라는 해석이 이해가 쉬웠다. 산업은행은 이제 국책사업 지원 업무 이외에도 벤처기업 육성과 회사채 발행, 일반 중소기업 자금 등의 업무를 확대하면서 소비자들과 가까운 은행으로 새로운 성장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김창록 신임 총재는 취임 후 “산업은행을 세계적인 투자은행으로 키워 은행의 겸업화ㆍ대형화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경제개발 시대에 정책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으로서의 기능이 컸지만 지금은 신임 총재가 밝힌 대로 선진 금융시장의 방향과 시중 은행과의 공조를 모색하고 있다. 그런 시점에 산업은행 총재 명함은 왠지 전문성은 떨어지고 관료적인 색채가 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산업은행 CEO도 전문 경영인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은행장으로 직함을 바꾸는 게 옳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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