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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보내면 돈 안들줄 알았는데…매달 용돈 송금해요" 신세대 장병 부모들의 '냉가슴'

사병 10명 중 4명 “집에 손 벌려”<br>“예산 합리화하고 개인 씀씀이 줄여야”


‘군대간 자식에까지 매달 용돈을 부치는 세태’ 일요일인 17일 오전 서울 용산역 근처 현금입출금기(ATM) 앞. 휴가나 귀대(歸隊)길에 나선 군인들이 돈을 인출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돈을 인출해 나오는 사병에게 말을 걸었다. 강원도 철원의 GOP(전방관측소) 부대에서 근무 중인 김모 병장은 “위험수당까지 합쳐 10만원이 넘는 월급을 받지만 PX(군대 매점)와 PC방(지식정보방)을 몇 번 가다 보면 돈이 바닥나 집에 손을 벌리는 형편”이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귀대하는 아들 배웅하기 위해 역에 나왔다는 한 주부는“아들 녀석이 대학 다닐 때보다 오히려 씀씀이가 더 커진 것 같다”면서 “입대하면 용돈을 안 줘도 될 줄 알았는데 매달 10만원가량을 정기적으로 부쳐주고 있다. 외박ㆍ외출을 나올 때면 별도로 10만원 이상을 송금해 준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 개인 택시 운전사는 “큰 아들에 이어 둘째 아들을 군에 보냈더니 매달 꼬박꼬박 용돈을 똑같이 20만원씩 보내고 있다”며 “팍팍한 살림에 군대 보낸 자식 용돈까지 송금하니 생활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자식교육을 잘 못 시킨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모르는 소리 말라”며 “자식 군대 보내보면 내 심정 이해할 것”이라고 오히려 핀잔을 줬다. 국회사무처 소속 안보경영연구원이 지난해 9월 현역병 7,2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병의 41.9%는 부모 등으로부터 송금을 받고 있으며 평균 송금액은 월 5만8,020원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사병 월급을 점진적으로 인상하고 있다지만 병사들이 느끼는 체감 급여 수준은 턱없이 낮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병장 월급의 경우 2008년 7만2,000원에서 9만7,500원으로 2만5,000원(34.7%) 인상된 뒤 줄곧 동결 상태다. 반면 장병들이 자주 구입하는 냉동식품과 음료, 과자류 가격은 지난해 초 40% 가까이 급등했고 갈수록 커지는 통신요금 부담도 병사들의 호주머니 사정을 어렵게 하고 있다. 병사 개인의 일용품 보급량이 개인의 미용ㆍ화장품 등을 필요로 하는 신세대 장병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키지 못해 휴가 복귀 시 별도로 구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릇된 ‘외박ㆍ외출 문화’도 병사들의 과소비를 부추긴다. 장병들의 외출ㆍ외박이 과거보다 자유로워지면서 군인의 신분을 망각한 채 흥청망청 돈을 쓰는 병사들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전방부대 접경지역의 술집과 다방은 외박ㆍ외출을 나온 장병들로 주말마다 인산인해를 이루는데 이들의 씀씀이가 꽤 크다는 게 군부대 인근 상인들의 전언이다. 군인 자식에 대한 부모의 송금을 없애려면 우선 병사들의 씀씀이를 줄일 수 있도록 군 당국이 군 기강확립, 외출ㆍ외박문화 개선 등 병사관리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들을 전방에 보낸 부모 이모씨는 “내가 군 생활을 할 땐 적은 월급을 아껴서 저축한 뒤 제대할 때 몇푼이나 가지고 나왔다”며 “아무리 세대가 다르다고 하더라도 병영생활을 하는 병사의 용돈이 자유분방한 대학생과 비슷하다면 군이 병력관리를 잘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나 군 당국은 월급 현실화 등 국방예산을 올려 병사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급격한 예산증액도 어려운 실정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예비역 장성은 “정부의 군인연금 적자 보전액이 한 해 1조5,000억원에 이르는 등 국방예산의 배분 구조가 왜곡돼 있다”며 “장성과 장교의 노후복지를 위해 지출하는 비용을 과감히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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