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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6월 4일] 전미자동차노조(UAW)의 변화

한 개인의 진면목이 위기의 순간에 가감 없이 드러나듯 어떤 조직의 정체성도 파국이라는 극단의 상황을 맞으면 더 또렷이 드러나는 모양이다. 최근 크라이슬러와 제너럴모터스(GM)의 파산보호 신청을 계기로 달라지고 있는 전미자동차노조(UAW)를 보면서 느낀 점이다. 그간 법 위에 군림하다시피 한 UAW는 ‘메이드 인 USA’의 마지막 자존심인 자동차 산업을 쓰러뜨린 원흉으로 꼽혀왔다. 과격한 파업투쟁과 생떼에 가까운 무리한 권익 요구는 UAW의 박제화된 상징이나 다름없었다. 그랬던 UAW가 두 매머드 기업의 몰락으로 코페르니쿠스적 위상 변화를 맞고 있다. UAW는 이제 노동자 권익 보호라는 노조 본연의 역할에 덧붙여 파산보호를 신청한 GM과 크라이슬러의 주요 주주로서 기업 회생을 함께 고민하게 됐다. UAW는 퇴직자 건강보험펀드 규모를 줄이는 조건으로 ‘뉴 GM’의 지분 17.5%를 확보하게 됐고 크라이슬러의 경우에는 무려 55%의 지분율로 최대주주로 부상했다. 노조가 주주가 된 이상 회사의 이익을 높이기 위해 과거 어느 때보다 회사 경영에 협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UAW가 오는 2015년까지 파업을 하지 않기로 약속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의 연장선상에 있다. 근로자가 몸담고 있는 기업이 생존조차 안심할 수 없는 지경에 내몰리게 되자 비로소 노사는 ‘제로섬 게임의 경쟁자’가 아니라 ‘상생의 파트너’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 역설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이제 눈을 돌려 국내 자동차 산업을 보자. 법정관리 중인 쌍용차 노사는 파업과 직장폐쇄로 맞서며 청산 가능성을 키우고 있고 현대차 노조는 경영환경 악화에 아랑곳없이 기본급 인상 등을 밀어붙이고 있다. 하나 더 얻기 위한 투쟁만 있고 양보와 협상은 뒤로 밀리는 상황이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몰락과 UAW의 변신도 이런 과정을 거쳤음을 떠올리면 안타깝다못해 답답하기까지 하다. 덧붙이자면 어제까지의 UAW 행보는 노조가 회사의 명운이 기울고 있을 때조차 ‘근로자의 권익확보’라는 교조적 명분에만 매달릴 경우 어떤 사태가 초래됐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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