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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4월 22일] 월가의 주홍글씨를 지워달라고?

월가 은행들이 기고만장해졌다. 1ㆍ4분기에 예상을 뛰어넘는 이익을 냈다며 거추장스러운 정부규제를 피하기 위해 공적자금(TARP)을 상환하겠다고 한다. 좀 살 만해졌으니 나랏돈을 갚아 이제는 실적이 좋은 직원들에게 보너스도 팍팍 주고 고위 임원들은 여론의 눈치 볼 것 없이 전용 비용기를 타겠다는 심산이다. 제임스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이런 속내를 거침없이 드러냈다. 다이먼 CEO는 지난 16일 1ㆍ4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당장 내일이라도 TARP를 상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TARP를 ‘주홍글씨’라고 표현했다. 구제금융을 받았다는 이유로 부실은행으로 낙인 찍혀 부당하게 여론의 돌팔매를 맞았고 쓸데없는 규제를 받았다는 불만을 거리낌 없이 나타낸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TARP 상환용 실탄을 마련한다는 명분으로 50억달러의 유상 증자를 실시했다. 앞서 데이비드 바이니어 재무최고책임자(CFO)는 구제금융 꼬리표가 거추장스러운 듯 “정부 돈 없이 비즈니스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했다. 월가 은행들의 이런 불만이 어느 정도 수긍은 간다. 은행 CEO들은 2월에는 의회에 불려가 “국민 세금으로 연명한 주제에 웬 보너스 잔치냐” “그렇게 많은 돈을 받아 어디다 쓰느냐”며 모멸감을 느낄 정도의 수모를 받았다. 최근에는 정부로부터 “대출은 왜 안 하느냐” “이자율은 또 왜 이리 높냐”며 경영 활동과 관련한 이런저런 간섭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 월가 간판 은행의 TARP 조기상환 선언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월가 은행의 경영이 정상화되고 있다는 반가운 신호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조기상환 목적이 위기를 초래한 탈규제 이전으로의 복귀에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뒷맛은 개운하지 않다. 시점도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 재무부는 기왕의 스트레스 테스트 이후에 TARP 졸업은행과 추가 투입은행으로 나눌 것인데 ‘나 잘났네’하고 벌써부터 떠들며 재무부에 성화를 부리는 모습은 썩 달가워 보이지 않는다. 더군다나 TARP를 상환했다고 해서 이들이 정부에 진 모든 빚을 청산하고 과거로 돌아갈 자격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들 두 은행은 채권을 발행할 때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로부터 수백억달러의 지급보증을 받아 갚지 않아도 되지만 보이지 않는 빚은 있다. 골드만삭스는 리먼브러더스와 달리 은행지주회사로의 전환을 승인 받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긴급 대출창구를 이용하는 특혜를 받았다. 그런데도 스스로 구제금융 졸업을 선언하는 것은 나가도 한참 앞서 나간 처사다. 금융위기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은 TARP를 상환해 개별 플레이를 할 때가 아니라 월가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더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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