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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무역수지를 보는 시각
입력2000-03-05 00:00:00
수정
2000.03.05 00:00:00
금년 초에 무역수지가 춤을 추면서 언론과 관계당국을 일희일비하게 만들고 있다. 금년 1월에 수출입차(통관기준 무역수지의 정확한 표현)가 26개월만에 처음으로 4억 달러 정도의 적자를 보였다고 경계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동안의 긴축적인 경제운용의 결과로 지속되었던 흑자기조를 우리 경제의 당연한 실력인 것처럼 여기고 있다가 갑자기 적자로 돌아섰으니 그 충격을 이해할 만도 하다. 2월 중순 들어 그 적자가 더욱 심해지는 것 같자, 아예 적자기조를 기정 사실화하면서 경계의 목소리를 드높이게 되었다. 한때는 경제 장관들이 모여 대책을 의논하기도 했으니 그 목소리의 효과는 매우 컸던 셈이다.그러던 것이 2월 전체로 소폭이나마 흑자를 보였다고 하자 무역수지를 걱정하던 목소리들은 관계당국을 공격할 칼날이 무디어져 버렸음을 못내 아쉬워하는 분위기이다. 정부에서는 다시 용기를 얻어 연초 계획했던 120억 달러 흑자를 꼭 지키겠다고 큰소리를 친다. 무역수지를 걱정하는 측의 일부에서는 혹시 과거의 밀어내기식 수출이 재현된 것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곤두세우기도 한다.
이러한 모든 움직임들이 필자를 걱정하게 한다. 연간 무역규모가 2,500억 달러가 넘는 무역대국에서 왜 흑자 혹은 적자 몇 억 달러가 이렇게 걱정거리가 되어야 하는지, 왜 수출입의 내용을 살피고 그 대세의 흐름을 읽지 않는지 하는 마음에서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지금의 수출입의 흐름은 매우 만족스럽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계획한 금년의 수출입차 120억 달러 흑자 목표가 무난히 달성될 것이라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수출입의 흐름을 불규칙하게 만들 불가항력적인 요소가 많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 급등·엔화 약세·그리고 원화의 꾸준한 절상 등이 불안요인으로 남아 있기는 하다. 그러나 대세의 흐름을 읽을 때 지금의 수출입의 흐름은 호조임에 틀림없다. 우선 수출의 호조가 지속되고 있는 점이 필자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연초에 제기되었던 국내경기 회복세의 둔화 조짐이라는 우려를 불식하면서 수출은 1, 2월 중 각각 전년 동기대비 32%, 37%씩 늘었다. 그 내용도 좋다. 최근 수출의 총아들인 자동차·컴퓨터·가전제품·석유화학 등이 50% 전후의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는가 하면, 그 동안 구조조정의 피해자들로서 잊혀져야 하는 산업으로 치부되었던 섬유류·완구류 등 경공업제품들도 모처럼 기지개를 켰다. 지역별로 보아도 그 동안 선진국 일변도의 수출 증가가 이제는 부진하던 개도국으로의 수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수입 쪽으로 눈을 돌려보자. 우선 전체적으로 수입이 늘어난 것을 두고 걱정하는 데 대해 반론을 제기하고 싶다. 1·2월의 수입 증가율 46%, 58%는 그 절대치의 강도 때문에 우리를 놀라게 하는 효과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한번만 돌려서 생각해 보면, 이러한 수입 증가 자체를 국내경제가 구조조정이라는 어려운 고비를 넘어서 이제부터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징표라는 점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수입의 내용을 보면 적자 경계론이 기우에 불과함을 더욱 잘 알 수 있다. 최근의 국제유가 및 국제 원자재 가격의 급등이 겨울철 수요 증대와 맞물림으로써 원자재의 수입이 1·2월 중 각각 63%, 58%씩 늘었으니 이 부분은 소위 불가항력적인 요소가 크고, 향후 날씨가 풀리면서 다소 해소될 소지가 있다. 원자재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본재의 수입도 42~44%로 늘어나고 있다. 자본재의 수입 호조를 걱정하면서 이것을 줄이자고 주장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자본재의 수입 호조는 얼마 후에는 수출 총아 산업들의 호조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 세밀하게 보면 수출 총아 산업 분야에서의 자본재 수입이 두드러지게 늘고 있음은 주목할 만하다.
마지막으로 소비재의 수입도 원자재·자본재보다는 낮지만 비교적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점이 다소 마음에 걸리기는 한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수입 전체의 9% 전후에 머무르고 있는 소비재의 증가는 전체 수출입 차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는 그렇게 큰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 소비재 수입이야말로 지난 2년 동안 가장 억눌러져 왔던 분야 아닌가? 어쩌면 경기회복과 함께 더 폭발적으로 늘지 않은 것은 아직도 우리 국민에게 먹혀 들어가는 『수입은 국민경제에 나쁜 것』이라는 이미지가 작용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수출입이 적자를 보인 것을 무작정 괜찮은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것도 문제가 있겠지만, 연초가 우리나라 수출입의 흐름에는 특별한 시기라는 점은 제쳐두고 무작정 걱정만 하는 것은 문제가 더 크다. 구조조정이라는 특수한 상황의 경제실적을 기대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지나친 적자 경계론이 「축소 균형적 시각」을 다시 불러일으킬까 우려되어 하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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