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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1월 22일] ICT의 세 바퀴

"노키아는 더 이상 휴대폰 제조업체가 아닙니다. 앞으로 모바일 솔루션 업체로 변신할 것입니다." 올리 페카 칼라스부오(Olli Pekka Kallasvuo) 노키아 회장은 지난해 9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린 한 행사장에서 뜻밖의 발언으로 세계 휴대폰 업계를 놀라게 했다. 휴대폰 제조는 아웃소싱하고 콘텐츠와 서비스 중심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업체가 휴대폰 제조업을 버리겠다고 했으니 업계가 술렁인 것은 당연지사. 언뜻 보면 납득이 되지 않지만 요즘 글로벌 휴대폰 시장의 흐름을 보면 노키아의 행보가 이해된다. 노키아는 여전히 세계 휴대폰 시장의 최강자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급격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노키아는 지난 2008년 2ㆍ4분기 41%의 점유율을 기록한 뒤 3ㆍ4분기 38.8%, 4ㆍ4분기 38.5%, 2009년 3ㆍ4분기 37.4% 등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수익성을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노키아는 지난해 판매 점유율은 37%를 넘었지만 세계 휴대폰 영업 이익 가운데 29%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판매량에 비례하는 수익을 내지 못한 셈이다. 이에 따라 노키아는 영업 이익 점유율에서 애플(41%)에 추월당한 것은 물론이고 캐나다의 림(20%)에도 쫓기는 신세가 됐다. 특히 지난해 3ㆍ4분기에는 13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적자를 내기도 했다. IT업계 영역간 불균형 심각 노키아의 사례는 최근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흐름을 잘 보여준다. 첨단 신기술의 잇단 등장으로 기술 융합시대가 전개되면서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노키아가 휴대폰 제조를 포기하고 콘텐츠와 서비스에 주안점을 두겠다고 선언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눈을 국내로 돌려보면 우리나라의 ICT업계도 비슷한 처지에 있다. 삼성전자ㆍLG전자 등 전자 제조업체들은 세계 시장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소프트웨어나 서비스는 매우 취약하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우리나라 정보기술(IT) 수출액(527억달러) 가운데 반도체ㆍ디스플레이ㆍ휴대폰 등 IT 하드웨어 수출액은 374억달러에 달했지만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수출액은 1억달러에 불과했다. 또 2008년 현재 우리나라 전체 제조업의 부가가치 창출액에서 IT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국 가운데 20위에 그쳤다. 이는 21%로 1위를 차지한 IT 하드웨어 부문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도 세계 시장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여기에서 삼성SDS나 SK C&C, LG CNS 등 대형 IT서비스 업체의 실적을 제외하면 순수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는 세계 시장의 0.5% 안팎에 머무른다. HW·SW·서비스 조화 필요 다행히 최근 국내 ICT업계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얼마 전 독자적인 휴대폰 운영체제(OS) '바다'를 개발해 애플ㆍ구글ㆍ마이크로소프트 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국내 휴대폰 업체들이 그동안 핵심 소프트웨어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독자 OS 개발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SK텔레콤과 KT, LG텔레콤 등 통신업체들도 포화상태인 국내 통신시장의 울타리를 넘어 기업시장을 활발하게 노크하고 있다. 통신 역량을 바탕으로 유통ㆍ물류ㆍ금융 등 기업용 IT 솔루션 공급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하드웨어ㆍ소프트웨어ㆍ서비스의 삼중융합 시대다. 이 세 바퀴가 서로 보조를 맞추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국내 기업들의 노력이 하루빨리 결실을 맺어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분야에서도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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