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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협정이 체결되고 포성이 멎은 지 57년이 지났지만 한반도에는 여전히 전운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한미 양국은 천안함 피격 사건에 따른 무력시위의 일환으로 27일 동해상에서 사흘째 '불굴의 의지' 훈련을 실시했고, 정전협정에 서명한 이후 1994년 4월말까지 협정을 42만건 넘게 위반한 북한은 핵 억제력에 기초한 '보복성전'을 거듭 외치고 있다.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됐던 판문점에서는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와 북한군이 천안함 사건의 정전협정 위반 여부를 두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유엔사 군정위는 지난 23일 판문점에서 열린 2차 대령급 실무회담에서 북한측에 천안함 사건의 원인을 평가하기 위한 공동평가단 소집을 제안했으나 북측이 국방위원회 검열단 파견을 거듭 요구하면서 양측은 평행선을 달렸다 군사 전문가들은 한반도의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군사적 공격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천안함 피격사건이 남북 간 군사적 신뢰를 깨뜨리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데다 북한이 핵무기 보유국 인정을 계속 고집하고 있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당분간 요원할 전망이다. 한편 판문점에서는 이날 오전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정전협정 체결행사가 재연됐으며, 북측에서는 김영춘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중앙보고대회 연설을 통해 "조선반도에는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를 일촉즉발의 정세가 조성돼 있다"면서 "우리는 새롭게 발전된 방법으로 핵 억제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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