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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월 28일] 대우조선 매각 무산이 남긴 것

“이제 제자리를 찾나 했는데 결국 다시 10년 전으로 되돌아갔네요.” 최근 기자가 만난 대우조선해양 한 임원의 말이다. 대우조선 임직원은 1년 가까이 끌어온 매각이 결국 실패로 돌아가자 허탈한 분위기다. 매각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세계 1위의 조선사로 발돋움하려던 희망이 일장춘몽으로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의 전신인 대우중공업은 지난 1999년 8월 대우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맞으면서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하지만 불과 2년 만인 2001년 8월 워크아웃에서 졸업했다. 대우그룹 계열사 중 가장 빨리 워크아웃에서 벗어난 것이다. 이후 매년 성장을 거듭한 대우조선은 지난해 매출 10조5,764억원, 영업이익 6,794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모든 임직원들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한마음으로 뭉쳐 땀 흘린 결과였다. 하지만 이렇게 실력 있는 회사가 엉망진창이 된 매각과정 때문에 점차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실제 대우조선 매각이 본격화된 지난 4ㆍ4분기 이후 단 한 척의 수주만 기록했다. 금융위기로 인한 선박 발주량 급감이 주요 원인이었지만 주인을 가리는 작업이 한창인 회사에 누가 수천억원이 넘는 배를 맡기겠는가. 앞으로도 세계 최고 수준인 품질 및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실제 중국 조선업체들이 공격적인 투자로 빠르게 추격해오는 가운데 대우조선은 올해 설비투자액을 오히려 지난해보다 500억원가량 줄인 5,000억원으로 책정했다. 남상태 사장도 “매각이 진행 중이라는 대외이미지 때문에 수주영업에 지장이 있다”며 “이른 시일 안에 매각이 마무리되는 것이 대우조선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와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매각무산의 원인에 대한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책임은 둘 다 가지고 있다. 한화는 불확실한 시장전망과 무책임한 자금조달 계획으로 인수준비가 미비했던 약점을 스스로 드러냈고 산은은 융통성 없이 원칙만 주장해 결국 매각작업이 백지화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대우조선의 강력한 프로펠러가 되겠다”던 김승연 한화 회장이나, “연말까지는 매각하겠다”던 민유성 산업은행장에게 묻고 싶다. 1년 가까이 끌던 매각이 무산되고 매각 실패 책임을 놓고 양사가 공방을 벌이는 동안 정작 주인공인 대우조선의 경쟁력에 대해서는 단 한번이라고 생각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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