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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2월 2일] 지자체가 벌이는 물값 싸움

근래에 지방자치단체가 물값을 내지 않겠다고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물값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든가, 물 관리 권한을 분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논에 물을 대다 이웃끼리 싸움을 벌인다는 옛말에서 보듯 물이 부족했던 시절에 물싸움은 흔히 있었다. 지난 1960년대 이후 곳곳에 다목적댐이 세워짐에 따라 이제는 갈수기에도 물을 풍족하게 쓸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입각해 댐 물을 공급 받는 지역은 댐 운영자에게 물값을 지급하도록 했다. 이원적 가격 구조가 분쟁 원인 그러나 댐의 상류지역은 지역발전이 저해되는 등 적잖은 피해를 입게 됐다. 1990년대 강원도 춘천시가 소양댐 때문에 지역발전이 저해되고 있는 상황에서 물값을 낼 수는 없다고 주장했던 것은 그 같은 피해의식의 발로(發露)였다. 최근에 수도권 지자체들이 벌이는 물값 거부운동은 다목적댐의 수혜지역이 벌이는 투쟁이라는 점에서 춘천시와는 경우가 다르다. 2005년 정부가 청계천에 흘려보낼 물은 ‘공익용’이라는 이유로 서울시의 주장대로 물값을 면제해준 것이 좋지 않은 선례가 됐다. 물의 사용목적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이 먹는 것이고 그 다음이 가축이 먹는 것인데 관상용 물이 공익용이라는 주장은 당초부터 억지였다. 서울시는 또한 기존 취수장에서 갖고 있던 수리권을 포기하고 새로운 취수장에서 취수를 늘이면서 정부 방침에 따른 물값 지불을 일방적으로 거부했다. 이 분쟁은 법원으로 가고 말았는데 1심에서 서울시는 패소했다. 올 들어 양평ㆍ광주ㆍ이천 등 경기도 동북부 7개 시ㆍ군이 상수원 규제도 억울한데 물값을 낼 수는 없다면서 물값 불납을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팔당 주변의 지자체들이 상수원 보호 때문에 불이익을 입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서울ㆍ인천 등 상수원 규제로 혜택을 입는 주민들이 물이용부담금을 내 상류지역 발전에 보태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최근에는 인천시가 광역상수도 물값이 비싸다는 이유로 물값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다. 인천시 입장에서는 비싼 물값을 내는 것이 억울하지만 관망(管網) 설치에 많은 돈을 들인 수자원공사로서는 다른 지역보다 비싼 물값을 받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물값 거부운동을 벌이는 지자체의 주장은 일면은 그럴싸하지만 뒤집어 보면 일방적인 논리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재의 물값 제도를 그대로 두는 것이 능사(能事)는 아니다. 지자체가 기존의 하천 물을 취수하는 데는 물값을 내지 않지만 다목적댐으로 생긴 물을 취수하는 데 대해서는 물값을 내야 하는 이원적 구조가 물값 분쟁을 야기하는 주된 원인임은 틀림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흔히 제시되는 것이 취수부담금 제도 도입이다. 하천법을 개정해 수리권을 허가할 때 사용량에 따라 부담금을 부과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전기요금처럼 전국을 단일망으로 묶어 동일한 물값을 부과하는 방안이다. 현실에 맞게 제도 보완·개선을 하지만 전자는 지금까지 무상으로 취수했던 지자체가 새삼스럽게 물값을 내야 한다는 점에서, 후자는 전기와 달리 물은 전국망(網)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성은 희박하다. 하천 권역별로 유역관리위원회를 두고 이 위원회가 취수부담금을 걷어 하천관리를 하도록 하자는 주장도 있으나 물값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결국 모든 제도가 그러하듯 모든 사람을 모든 경우에 만족시키는 물값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따라서 비현실적인 원대한 제도개혁을 논하기보다는 현재의 제도를 보완하고 개선하는 것이 문제를 원만하게 푸는 방법이다. 수도권의 물값 분쟁은 정치적 포퓰리즘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치란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거나 원만하게 푸는 것이지 분쟁을 선동하는 것이 아니라는 평범한 사실을 정치인들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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