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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융시장의 자금흐름이 바뀌고 있다. 주식시장으로 몰리던 자금이 국채 등 채권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고 글로벌 투자자금의 이머징 마켓 회피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안전한 곳으로 자금이 다시 역류하고 있는 것. 미국경기의 소프트 패치(경기상승 중 일시적 침체)에 대한 우려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지난주에 주식 투자자금이 대거 국채시장으로 몰리면서 국채금리가 크게 하락(국채가격 상승)했다. 10년물의 경우 지난 11일 4.470%로 거래를 시작한 후 18일 4.271%로 장을 마쳐 주간단위로 0.2%포인트나 하락했다. 이는 2월21일 이후 거의 2개월래 최저치다. 3월까지만 해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상승세를 지속하던 미 국채금리가 이처럼 하락세로 급반전한 것은 인플레이션보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최근 커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이번주 예정돼 있는 물가지수 발표에 따라 미 국채금리 하락세가 주춤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이 자금이 증시로 회귀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주식시장의 리스크가 너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AG에드워즈의 수석 투자전략가인 알 골드만은 “시장에서 탐욕의 수위는 낮아지고 공포가 높아지고 있다”며 “투자자들의 어두운 경기전망이 과매도 국면을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18일 최근 미국증시는 경기침체 우려에서 벗어나면서 다시 금리인상이라는 악재와 정면으로 부딪치는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스크 회피현상은 이머징 마켓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다. 도쿄 아시아생명자산운용사의 우이케 심페이는 “세계경제 성장에 대한 우려는 글로벌 자금의 아시아 주식 회피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그동안 아시아 주식시장에 활발하게 참여해왔던 투자자들이 최근 미 국채를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아시아 국가들의 증시가 일제히 하락한 18일 아시아 거래에서 미 국채금리는 추가 하락했고 이에 따라 달러가치는 유로화와 엔화 모두에 대해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 같은 안전자산 선호현상은 유럽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의해 올해 경제성장률이 하향 조정되면서 유럽 투자자금의 탈증시가 가속화, 국채금리는 3주 연속 하락하고 있다. 독일 10년물 국채의 경우 3월 초 3.750%를 상회했지만 최근에는 3.50% 밑으로까지 내려간 상태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국채 등도 지난주 각각 0.1%포인트와 0.07%포인트 하락하는 등 유럽 국가들의 국채금리는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그룹 로열뱅크의 찰스 디벨은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탈증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당분간 유럽 국채 수익률도 하락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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