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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방치땐 시스템위기"… 결국 메스 들이대

■ 美, 패니매·프레디맥 사상최대 구제금융 <br>해외채권자 이탈등 '9월 위기설'에 예상보다 빠른 수술 결정<br>불확실성 제거 기대속 금융기관들 단기 손실 확대 우려도


헨리 폴슨 미국 재무부 장관이 결국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수술의 칼을 들이댔다. 독자 회생을 기대하기에는 부실이 너무 크고, 결정을 미루다가는 미국인들의 부담이 증가하고 금융시장의 시스템 위기로 발전할 수 있다고 판단, 공적자금 조기 투입을 결정한 것이다. 미 재무부는 지난 7월 의회로부터 공적자금 투입 권한을 부여받고도 집행을 미뤄왔으나 해외 채권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헤지펀드 청산 공포와 리먼브러더스의 유동성 위기가 확산되는 등 이른바 ‘9월 금융위기론’에 예상보다 빠른 수술을 결정했다. 특히 미 재무부는 중국 등 해외 채권자들이 상환을 요구한 것에 대해 미국이 ‘신뢰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며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일 규모로 사상 최대의 공적자금 수혈로 패니매와 프레디맥은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고 자금조달 비용 증대로 인한 부실 확대의 고리를 끊고 준공기업 형태로 경영정상화의 길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공적자금 투입은 두 기관의 부실 처리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사라져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 기관은 최소 1년 이상 정부 관리를 받을 것으로 보여 최종적인 지배구조는 차기 정부의 몫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폭발한 수많은 잠재적 부실의 뇌관 중 하나를 제거했을 뿐이어서 부실 쓰나미의 진앙지인 미국 금융시장의 정상화는 산 넘어 산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뉴욕타임스(NTY)는 “공적자금 투입으로 두 기관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으나 집값 하락이 멈추고 급증하는 차압처분이 줄어들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공적자금 투입과 정부 관리체제 전환을 시장 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수순으로 받아들였다. 찰스 칼로미리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공적자금 투입이 지연되면 금융시장의 리스크와 경영정상화 비용이 증가할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두 기관은 다음달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2,000억달러어치의 채권을 차관발행해야 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조달금리가 치솟고 있다. 지난주 프레디맥은 2년 만기 채권(30억달러)을 미국 국채(TB)보다 무려 0.97%포인트 높은 3.229%에 발행했다. 1998년 이래 최고치다. 폴슨 장관은 지난달 중국 등 아시아 채권회수 자제를 요청했으나 중국은행은 채권 포토폴리오에서 두 기관의 채권 비중을 25% 줄였다. 이번 조치는 ‘대마불사’ 원칙을 새삼 확인했지만 국민 세금을 축낼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두 기관은 주택 대출자들의 모기지 디폴트로 지난 1년 동안 무려 140억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이는 지난주 말 현재 99억달러인 시가총액보다 많은 것인데 손실분은 국민 부담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제때에 손실처리를 하지 않아 장부상에 나타나지 않은 잠재부실이 엄청난 것으로 전해졌다. 재무부의 요청으로 특별 실사를 맡은 모건스탠리는 부실을 은폐했을 뿐만 아니라 회계조작으로 자본계정을 부풀린 흔적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폴슨 장관이 신속한 결단을 내린 것도 이 같은 도덕적 해이와 회계부정이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시장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 방침이 알려진 5일 오후 뉴욕증시 장외거래에서 두 기관의 주가는 감자 가능성에 20% 이상 폭락한 반면 금융주는 일제히 상승했다. 그러나 단기 후폭풍에 휩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통주는 물론 의결권을 지니지 않는 우선주 투자자도 배당 중지 등 손실 처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주는 투자은행과 연기금ㆍ뮤추얼펀드 등 기관투자가들이 주로 보유하고 있으며 시장 가치로는 130억달러에 이른다. 우선주 인수 형식으로 공적자금이 투입되면 주가 가치 희석으로 금융기관의 추가 손실은 불가피하다. 이미 우선주의 가치는 1년 전에 비해 45% 떨어졌다. 반면 유동성 위기 이후 헐값에 채권을 인수한 투자자는 이번 조치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높은 금리를 받는데다 미 재무부로부터 확실한 보증을 받기 때문이다. 채권왕 빌 그로스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면 즉시 두 회사 채권에 투자할 것”이라며 공기업으로 전환하는 두 기관에 전폭적인 신뢰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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