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지표가 불안한 양상을 보이는 데 이어 경기마저 둔화될 조짐이 나타나면서 나라 살림을 결정지을 세수(稅收)확보에 벌써부터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 저출산ㆍ고령화 및 양극화 해소 등 미래 재원을 마련하기에 앞서 당장 올해 나라 곳간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지금처럼 환율 하락이 더욱 가파르게 진행되고 유가 오름세도 지속될 경우 올해에도 또 다시 땜질 예산(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되풀이되는 ‘거시 추정 오판’=정부가 올 세입예산 편성의 기초로 삼았던 거시 데이터는 ▦실질 경제성장률 5% ▦환율 1,010원 ▦연평균 민간소비 증가율 4.4% ▦명목임금 상승률 7.2% ▦금리(3년 만기 회사채 AA- 기준) 5.5% ▦유가 배럴당 54달러(두바이유 기준) 등. 이를 통해 136조원의 국세가 걷힐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이중 가장 중요한 환율과 유가에서 괴리가 생겼다. 환율은 이미 950원선까지 하락했고 유가는 60달러 위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유가 상승은 교역조건 악화로 이어지고, 이는 국민의 실질소득을 나타내는 지표인 국민총소득(GNI)을 떨어뜨려 민간소비를 옥죄고, 결국 3대 세수 품목인 부가가치세의 감소로 이어진다. 정부는 결국 새해 출발 석달 만에 세수의 기본추계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지난해와 유사한 상황이 반복되는 셈이다. ◇부가세ㆍ관세ㆍ특소세 등 일제히 적신호=허용석 재경부 조세정책국장은 “지난 2월까지 세수 진도율(목표 대비 거둬들인 비율)에서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 상황을 보면 ▦2003년 -2,800억원 ▦2004년 -4조3,000억원 ▦2005년 -3조3,000억원 등의 ‘마이너스 세수’ 행진이 올해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선 환율의 경우 올해 예상수입액 2,970억달러와 환율 하락분(4월11일 현재 약 60원)을 통해 단순 추계하면 수입분 부가가치세는 24조8,000억원으로 정부 예상치(26조1,000억원)보다 최대 1조3,000억원까지 펑크가 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유가 상승과 환율 하락이 맞물리면서 국내분 부가세에서 1조원가량 구멍이 날 것이란 추계도 내놓고 있다. 정부가 올해 잡은 부가세 세입은 41조3,600억원인데 유가 상승 등으로 민간소비가 정부 전망치인 4.4%에서 1%포인트가량만 빠져도 1조~2조원가량 차질이 빚어진다는 계산이다. 소비회복 부진은 특별소비세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관세도 지난해 예산을 7조6,900억원 잡았던 데 비해 실적은 6조3,000억원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도 크게 기대할 게 없어 보인다. 법인세의 경우에는 정부가 기업들의 지난해 실적감소를 들어 이미 세입 예상치를 9%가량 줄여놓은 터여서 정부 기대를 크게 밑돌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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