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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공개 得보다 失이 많다면

기업들이 상장을 유지하고 주가를 관리하는 비용이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 규모보다 3배 이상 웃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다. 기업들이 자금조달을 위해 증시를 이용할 실익이 없는 동시에 우리 증시가 활력을 잃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상장 기업들이 올해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지난 9월 말 현재 2조2,000억원이며 이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2000년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자금조달기능이 급격히 약화되자 기업공개도 줄어 7,600억원에 머물렀다. 반면 기업들이 자사주를 매입, 소각하는데 투입된 비용은 2조7,000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유상증자 규모를 넘어섰다. 주주들의 압력으로 올해 상장 기업들이 지급한 배당금도 사상 최고치인 7조5,800억원에 달한다. 거래소나 코스닥 시장에 머무는 비용이 자금조달 규모의 3배를 훨씬 웃돈 것이다. 이는 지난해 전체 상장기업 순이익인 18조2,600억원의 56%나 된다. 기업들이 주가관리를 위해 한해 벌어들인 이익의 절반 이상 쓰는 것은 도저히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다. 마른 수건도 짜는 식으로 비용절감에 안간힘을 쓰면서 애써 번 돈을 이렇게 펑펑 쓰고 싶은 기업이 어디에 있겠는가. 기업으로서는 절박한 사정이 있다. 외국인이 대주주로 등장한 기업일수록 경영간섭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고배당 요구는 물론 자사주소각, 우량 계열사 보유지분 매각 등의 요구를 내세워 경영진을 압박하는 바람에 상당수 기업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막대한 현금을 투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요구는 그렇다 치더라도 적대적 M&A는 정말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자칫 경영권이 통째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자사지분을 확보해야 할 상황이고 이것 역시 막대한 현금이 들기는 마찬가지다. 이 같은 상장 후 주주관리비용에다 기업공개 과정에 투입되는 각종 비용을 합치면 상장에 따른 실익은 없게 된다. 기업으로서는 당연히 상장을 꺼리게 마련이고 올들어 5개 기업은 아예 증시에서 이미 빠져나갔거나 준비 중이다. 더욱이 내년부터 증권관련 집단소송제가 시행될 경우 예상되는 막대한 기업피해에 지레 겁먹은 상당수 기업들의 증시 이탈이 불을 보듯 훤하다. 막대한 현금을 쌓아놓고 주주 관리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투자의욕이 꺾이게 마련이다. 기업들이 투자할 마음이 없는데 경제가 살아나기란 어려운 일이다. 경제를 회복시키려면 이 같은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한다. 무엇보다도 기업들을 경영권 방어 전선으로 내몰고 있는 금융계열사 의결권축소, 과거 분식회계 사실을 털어버릴 수 있는 규정이 없는 집단소송제 등에 대한 보완책이 시급하다. 기업들이 증시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증시가 활성화될 수 없다. 증시의 건전한 발전 없이는 경제 회복 및 선진화를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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