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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3월 19일] 100년 전 역사를 기억하라

‘극동 만주 지역에서 러ㆍ일전쟁의 기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본디 이런 문제와 관계가 없지만 지역적으로 일ㆍ러 사이에 있어 전쟁에 휘말리게 됩니다. 이를 차단해 위협받지 않기를 바라지만 현재 우리 국력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폐하께 진실로 바라노니 서로 상조하고 깊은 배려를 해줄 것을 바랍니다.’ 바람에 꺼져가는 촛불과도 같았던 국운 회복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고종 황제가 지난 1903년 11월23일 이탈리아 황제에게 쓴 친서의 일부다. 친서에 찍힌 날인의 실물인 ‘황제어새’가 돌아왔다. 한 손에 들어갈 정도로 작은 이 국새는 조선의 다른 국새와 달리 제작에 관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고종이 비밀리에 제작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그랬다. 공식적인 절차를 얻어야만 쓸 수 있었던 국새는 조선을 손아귀에 넣으려고 호시탐탐 노리던 일본의 눈초리가 갈수록 매서워져 주인인 고종이 마음대로 쓸 수가 없었던 것이다. 허나 고종황제의 이 같은 절박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듬해에 러ㆍ일전쟁이 터지고 전쟁에서 이긴 일본에 조선의 지배권은 넘어가고 말았다. 40여년에 걸친 일본 식민지의 핍박과 설움, 그리고 뒤이어 터진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나라는 만신창이가 됐다. 고종황제가 비밀리에 친서에 날인하던 비운의 순간이 지나고 100여년이 흘렀다. 경제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불황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고 한반도의 정치적 정세는 짙은 먹구름이 끼여 남북한의 온전한 힘에 의한 평화적인 통일이 한발 멀어지는 형국이다. 여기에 동아시아에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경제적 이권을 확보하기 위한 세계 열강들의 치열한 외교력이 벌어지고 있다. 대한제국의 국운이 사그러들던 100여년 전과 그리 달라보이지 않는다. 남북한의 온전한 힘으로 평화 통일을 이루고 동아시아의 허브라는 민족의 원대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더 늦기 전에 남북한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비밀국새를 만들어 가슴에 품고 전전긍긍하면서 도와달라 애걸하는 서한에 날인할 수밖에 없었던 고종 황제의 비밀옥새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위정자들은 되새겨야 할 것이다. 국새가 돌아온 이튿날 때마침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 4차전에서 한국 야구대표팀이 숙적 일본을 물리치고 3년 전 초대대회의 4강 신화를 재현한 낭보가 들려왔다. 어두운 소식들로 침체된 사회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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