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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자살케한 '잔악한' 남편에 징역20년

유서 쓰게 한 뒤 농약 건네…법원 "직접 살해보다 더 잔인"

학대를 못 이겨 가출한 아내가 다른 남자와 동거했다는 이유로 감금한 뒤 음독 자살케 한 잔악한 40대 남편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3부(민일영 부장판사)는 30일 가출한 아내를 붙잡아 감금한 뒤 농약을 먹도록 강요해 숨지게 한 혐의(위력자살 결의 등)로 구속기소된 박모(44)씨에게 원심대로 징역 20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1980년 박씨와 결혼한 J씨가 가출을 결심한 것은 2002년 2월. 시장이나 목욕탕을 갈 때에도 허락을 받으라고 할 정도로 의처증이 심했던 박씨가 둔기 등으로 상습적인 구타를 했고 심지어는 성적 모욕감을 주는 폭행까지도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다. J씨는 이 즈음 박씨가 다른 여성들과 불륜관계를 맺고 `비정상적 성관계'까지 요구해오자 결국 집을 뛰쳐 나왔다. 박씨는 지난해 12월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으면서 J씨가 경기도 고양에서 다른 남성과 동거 중인 사실을 알아내고 거주지를 찾아낸 뒤 집 밖으로 나오는 아내를 납치해 3시간이 넘도록 차 안에 감금했다. 박씨는 아내가 잘못을 빌지 않자 인근 밭으로 데려가 `남편과 애들한테 미안하다'라는 취지로 유서를 작성케 한 뒤 미리 사 둔 농약을 건넸다. J씨는 농약을 마시지 않으면 직접 살해하겠다는 남편의 말에 겁을 먹고 음독한후 숨졌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공포감을 벗어나기 위해 가출한 아내를 2년 간집요하게 추적해 붙잡은 뒤 범행을 저질렀다"며 "자살을 강요한 것은 범행을 은폐하려는 목적이었던 만큼 직접 살해한 것보다 오히려 더 잔인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고아였던 처지와 건강악화 등을 이유로 선처를 바라지만 아직도 숨진 아내에게 사죄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다른 남성과 동거한 잘못만을 탓하고 있는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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