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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이제는 감성시대] <2> 멋있어야 팔린다

"0.6초안에 고객 시선 사로잡아라" <br>'넓은 화면+가벼운 제품' 욕망이 '슬림폰' 특수로<br>세계곳곳 수요 제때 반영 글로벌 네트워크는 필수<br>삼성·LG전자 디자인상 싹쓸이…경쟁력 인정받아






세계 정보기술(IT)업계가 ‘0.6초 전쟁’에 들어갔다. 진열대에 놓여 있는 다른 상품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0.6초 안에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한다. ‘0.6초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바로 디자인이다. 보기 좋은 제품이라면 한 발 앞서 고객의 품에 안길 수 있다. 과거에는 좋은 IT제품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능을 구현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보기에도 좋고, 사용하기도 편리한 게 좋은 제품이다. 더욱이 전세계적인 기술평준화로 선발업체와 후발업체간의 기술격차는 갈수록 좁아지는 추세다. 특히 중국 업체들이 ‘짝퉁’ 제품을 양산하면서도 한계를 느끼는 분야가 바로 디자인이다. 디자인 분야의 경쟁력 차이는 쉽게 극복하기 어렵다. 그래서 IT업계에서는 “디자인이 바로 최고의 기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디자인은 욕망을 기술로 표현한 것=디자인 전문가들은 “디자인은 사람들의 욕망을 기술로 표현하는 행위”라고 자주 말한다. 슬림 휴대폰은 이런 디자인 개념을 충실히 실천한 제품이다. 지난 해부터 쏟아지기 시작한 ‘슬림’은 단순히 얇아서 보기 좋다는 이유로 탄생한 게 아니다. 휴대폰으로 즐길 수 있는 멀티미디어에 대한 수요는 자연스레 넓은 화면을 요구하게 됐다. 반면 휴대하기 편리하도록 가벼운 제품에 대한 욕구도 컸다. ‘넓은 화면’과 ‘가벼운 제품’이라는 상충된 요구를 충족하려면 얇아질 수 밖에 없었다. 슬림폰에 대한 요구는 휴대폰 부품의 경박단소화로 이어졌고, 이런 기술력을 확보한 업체만이 슬림폰 특수를 누릴 수 있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은 이미 세계적인 기술력을 확보한 만큼 이를 소비자들의 감성에 맞는 디자인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는 필수=우수한 디자인은 전세계적으로 구축된 디자인 네트워크를 필요로 한다. 디자인은 세계 곳곳의 기호와 수요를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 그래서 국내 IT업체들은 세계 곳곳에 디자인 연구소를 개설하는 동시에 세계적인 디자인 연구소와 제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디자인의 현지화와 글로벌화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디자인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국내외 6개 거점에 600여명이 근무하는 디자인경영센터를 운영중이다. 밀라노, 런던, LA, 도쿄, 상하이 등에 위치한 디자인 연구소를 통해 세계 디자인의 흐름을 발 빠르게 파악한다. 올해 IDEA에서 금상을 수상한 시각장애인용 휴대폰 ‘터치 메신저’는 삼성전자 상하이 디자인센터의 작품이다. 이 제품은 점자 키패드와 점자 디스플레이를 통해 상대방이 보낸 문자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디자인은 시각장애인이 900만명이나 살고 있는 중국이라는 환경에서만 태어날 수 있다. LG전자도 지난 1991년 아일랜드 더블린에 디자인연구소를 연 것을 계기로 글로벌 디자인네트워크를 본격적으로 구축하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 뉴저지, 도쿄, 북경, 밀라노, 뉴델리 등에 디자인 연구소를 운영하며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한 ‘글로벌 디자인 개발 체제’를 가동중이다. ◇세계적인 디자인상 싹쓸이=이제 한국의 IT산업은 디자인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한다. 기술력뿐 아니라 디자인의 완성도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듣는다. 레드닷, iF, IDEA 등 세계 3대 디자인 대회에서 국내 업체들은 최다 수상실적을 거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1년부터 지금까지 세계적인 디자인 대회에서 200개 이상의 수상 실적을 올렸다. 이제 외국의 경쟁업체조차 삼성의 디자인을 벤치마킹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특히 IDEA에서는 2년 연속 기업부문 단독 1위를 차지하는 등 세계적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LG전자도 올 해 레드닷 디자인 대회에서 세계 최고의 디자인 팀에서 주어지는 ‘올해의 디자인팀’ 상을 수상하는 한편 노트북과 별걸이 프로젝터 분야에서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수상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디자인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 移通 서비스에도 디자인 접목 활발 눈으로 볼 수 없는 서비스 분야에서도 디자인 경영이 확산되고 있다. 첨단 통신서비스의 특성을 휴대폰에 그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이동통신업체가 직접 휴대폰 디자인에 참여하는가 하면 매장 인테리어, 브랜드 로고 일체화(BI) 등을 통해 다양한 디자인 개념이 접목되고 있다. SK텔레콤은 통신서비스 업체로는 이례적으로 디자인 경영에 적극적이다. SKT는 이미 지난 해에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와 산학협동을 통해 공동 디자인한 휴대폰을 선보였다. SKT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전달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다. 특히 SKT는 올들어 디자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디자인 전문 회사와의 제휴 등을 모색중이다. KTF도 이런 디자인 경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조영주 KTF 사장은 올 해 초 디자인 경영을 선언하면서 "상품이나 콘텐츠는 물론 조직의 시스템에도 디자인 개념을 도입해 창의성과 고객 만족도를 높여가겠다"고 다짐했다. KTF는 디자인팀을 구성하는 한편 전문 디자인업체 '이노디자인'과 제휴를 체결했다. KTF는 고객센터에 커피 체인점을 입점시켜 후각과 미각을 자극하는 한편 체험공간을 별도로 만들어 다양한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매장의 인테리어 역시 KTF를 상징하는 오렌지색 위주로 꾸며 아늑한 분위기를 전해주고 있다. ■ 세계 디자인 트렌드 "보기만 좋아선 안통해" 보고 듣고 만지고…오감을 만족시켜야
애플 아이팟, 액정 돌출부 최소화
"국내 디자인 경쟁력, 세계수준 95%"
글로벌 감각 키우고 독립성 높여야
현대 산업디자인의 가장 큰 특징은 서로 다른 품목에 담긴 특성이나 아이디어를 반영하는 '교차현상(Cross-over)'이라고 할 수 있다. 패션 디자이너가 휴대폰을 디자인하고 전자제품 디자이너가 자동차를 디자인한다. 이는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동시에 보다 다양한 디자인 경험을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런 '교차현상'의 핵심은 사용자 환경(UI)과의 상호작용(interaction)이다. 이는 단순히 보기에만 좋은 디자인에서 벗어난다는 뜻이다. 이제는 보고, 듣고, 만지고, 체험하는 오감을 총 동원하는 디자인이 대세다. 과거에는 제품의 외형을 어떤 모양으로 꾸밀 것이냐가 디자인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 하지만 지금은 버튼과 케이스의 재질, 버튼을 눌렀을 때의 손에 느껴지는 감각과 소리, 편리하게 배치된 버튼과 한 눈에 알아보기 쉬운 화면 설정 등이 모두 디자인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애플의 아이팟은 이런 디자인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아이팟의 경우 액정화면 하단에 '클릭 휠(Click Wheel)'과 버튼 하나만을 배치해 불필요한 돌출부를 최소화했다. 음악을 검색하거나 메뉴를 설정할 때 그저 클릭휠을 돌리기만 하면 된다. 돌려서 찾는 음악은 특히 많은 음악파일이 저장되어 있을 때 유용할 뿐 아니라 누르는 것에 익숙한 사용자에게 새로운 재미를 선사해 준다. 국내 업체들도 디자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세계적인 수준에 달했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변상태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는 "국내 기업들의 디자인 경쟁력은 세계 수준의 95%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디자인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은 ▦글로벌 감각의 부족 ▦디자인 분야의 낮은 독립성 등을 꼽을 수 있다. 디자인 전문가들은 "세계 문화와 역사에 대한 경험이 충분치 못하다는 게 국내 디자인 인력의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한다. 세계 문화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보니 세계 곳곳에서 통할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들어 내기 어렵다는 얘기다. 디자인에 대한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기업 전반의 인식이 그리 높지 않아 디자인의 독립성을 지키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디자인 부서의 위상은 별로 높지 않다. 이에 따라 경영진의 간섭이 자주 일어나고, 이는 곧 창의적이고 독립적인 디자인을 만드는 데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편 기술적으로는 제품의 마감이나 소재, 사용자 환경 등에서도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마무리까지 세심하게 완성할 수 있는 금형기술이 부족하고, 다양한 소재를 가공해 제품화 할 수 있는 능력도 외국 업체들에 뒤쳐진다. 또 사용자 편의성을 높인 제품개발 능력도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지적된다. 물론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은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3월 금형기술센터를 만들어 마무리가 약하다는 지적을 극복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디자인센터 인력의 1/4 정도를 사용자 환경 연구에 투입할 정도로 이 분야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레드닷 등 세계 유수의 디자인 상을 수상하는 IT 제품들이 크게 늘어나는 것도 이런 적극적인 투자에서 비롯됐다. /특별취재팀: 정구영차장(팀장)·한영일·권경희·최광·황정원기자 gy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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