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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렴(淸廉)

지자이렴(知者利廉)이 회자되고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청렴이 결국 자신에게 이롭다는 사실을 안다는 뜻이다. 현직 총리가 오랜 동안 신임해 온 자신의 비서실장이 수뢰혐의에 연류된 것과 관련해 착잡한 심경을 토로한 말이다. 최근 `굿모닝시티`사건으로 나라가 심심치 않게 들썩이고 있다. 여당의 대표를 비롯해 차관급인 총리 비서실장, 서울시와 구청 공무원 등이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거나 받을 예정이다. 그 뿐이 아니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는 청와대 부속실장이 조세포탈 혐의를 받고 있는 자로부터 향응을 제공 받은 사실이 세간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혜롭지 못한 사람들의 근시안적 소탐(小貪)이 빚은 결과이다. 그런데 이런 공직자의 수뢰사건이 우리사회에서 결코 유별난 것은 아니다. 늘 있는 일이요,없으면 이상한 일이라고 하면 좀 과장된 표현일까? 지난 정권에서도 온갖 게이트와 수많은 로비 사건으로 많은 공직자들이 국민의 가슴을 멍들게 했다. 국제투명성위원회가 작년에 발표한 국제부패지수 42위, OECD 국가 중 꼴찌라는 사실에 이르면 한심한 생각이 들 지경이다. 과연 우리의 국민성에 청렴의 유전자는 없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우리에게도 강직과 청렴으로 대변되는 `선비정신`이 있었다. 율곡과 퇴계 선생, 황희 정승의 예를 구태여 들 필요가 없을 것이다. 조선시대 218명 청백리의 정신을 잠시 잊어버리고 있었을 뿐이다. 일제와 미군정 시대, 냉전과 개발 시대를 지나오면서 우리사회는 성공과 효율, 속도의 가치관에 매몰되어 왔다. 수단과 방법의 아름다움보다는 결과의 편안함과 화려함을 추구한 것이다. 이제 청렴과 강직의 선비정신을 다시 찾아야 할 때이다. 국제사회에서 국가청렴도는 경쟁력의 척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999년 OECD가 부패방지협약을 발효시킨 데 이어 WTO 등이 부패라운드에 들어간 것이다. 부패국가로 낙인찍히면 차관제공이나 자본투자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지성은 그리스인, 체력은 켈트인이나 게르만인, 경제력은 카르타고인보다 뒤떨어진 로마인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힘입은 바 컸다`는 시오노 나나미의 지적도, 공직자의 청렴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200년전 다산 정약용은 당시의 세상을 썩고 병든 나라로 규정하면서 `공직자의 청렴`을 시작과 근본으로 한 국가개혁을 요구했었다.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나라는 망할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다산선생 서거 후 74년이 지난 1910년 경술국치가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공직자는 물론 우리 모두는 찬찬히 곱씹어 보아야 할 것이다. <오세훈(국회의원ㆍ한나라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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