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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日 바둑영웅전] 헤매는 구리

제4보(57~79)


조여붙이기를 통해 백은 우변의 흑을 2선에다 윽박지르는 데는 성공했지만 흑이 59까지 완전히 살고 나자 백대마가 일방적으로 쫓기게 되었다. 백62 이하 70까지는 구리가 준비해둔 수습의 수순이었다. 이 수순의 포인트는 62로 끊은 것. 참고도1의 백1로 점잖게 모양을 갖추는 것은 흑2 이하 6으로 중원의 주도권이 흑의 손아귀에 넘어간다. 실전의 흑71이 놓이자 역시 중원에 대한 흑의 발언권은 상당히 강해졌지만 참고도1의 흑4가 놓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어쨌든 흑71이 놓여서는 흑이 기분 좋은 바둑이다. 애초에 백이 우하귀에 급격하게 걸쳐간 것이 과했음이 여기에 와서 밝혀지고 있다. 백76의 변화구는 돌의 흐름이 여의치 않다고 여긴 구리가 변화를 모색한 것. 안전하게 두자면 참고도2의 백1,3으로 연결하는 것인데 그것은 흑4,6으로 완벽한 외세를 허용하여 백이 이기기 어려운 바둑이 된다. 흑77, 79는 최강의 반발. 검토실에 뒤늦게 들어선 서봉수 9단과 김수장 9단이 여기(흑79)까지의 수순을 확인하더니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고근태가 잘 차고 있군.” 조금 후에 들어온 루이 9단도 비슷한 말을 했다. “헤매고 있어요. 구리가 헛발질을 하고 있는 느낌이어요.” 3년 간 우승했던 구리가 이번 한중천원전에서는 무명의 소년 기사에게 패할지도 모른다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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