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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올해의 사자성어 추천한다면


달랑 달력 한 장만을 남겨놓은 2015년. 새해 살림살이에 대한 기대를 품어볼 만도 하지만 올 한 해 경제성적을 반추해보면 희망보다 체념이 앞선다.

올 경제성장률이 최근 3년간 가장 낮은 수준일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강조해온 3%가 어렵다는 얘기다. 3이라는 숫자는 잊어버리고 이제는 2에 익숙해져야 할 때라는 자조 섞인 탄식도 나온다. 12조원의 추가경정 예산을 쏟아붓고 개별소비세 인하, 전국적 규모의 세일 등 소비 진작책을 모두 동원한 결과다. '예측하기 힘든 갖가지 변수가 많았다'는 정부의 해명은 식상한 레퍼토리다. 더구나 11월 말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주요 연구기관장들 앞에서 "내수성장 모멘텀을 내년까지 이어간다면 내년에는 3% 성장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부분에서는 경제전문가들 모두 떠름해질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당초 전망치 4%에서 수차례 낮춘 3.1%도 달성하기 어려운 판에 대내외 경제 환경이 더 혹독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을 무작정 낙관하라는 허언으로밖에는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한 금융기관은 "정부가 연말 발표하는 내년 전망이 예측치라기보다는 기대에 가깝다"고 꼬집은 바 있다. 물론 대부분의 경제관료들은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다. 하지만 낙관의 근거가 빈약하거나 선거를 앞두고 '아니면 말고'식의 립서비스 수준에 그친다면 정책의 신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발언 당사자가 말의 책임을 질 자리에 없다면 더더욱 그렇다.

요새 장관들의 거취 문제가 세간의 관심사다. 이미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최 부총리를 비롯해 출마가 확실시되는 몇몇 장관들 이름이 오르내린다.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은 자신이 출마할 것으로 알려진 고향에 수십억 원의 특별교부세를 배정한 뒤 사퇴한다고 밝혀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당사자는 출마 이유가 마땅히 있겠지만 해당 부처의 정책 추진력이 상당히 저하될 것임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수장교체기 어수선한 분위기에서도 소신을 갖고 부지런히 움직일 관료·공무원은 많지 않다. 지방재정·행정의 권한과 규제개혁 수단을 쥐고 있는 행자부도 다를 바 없다. 대통령이 나서 규제 혁파와 경제 살리기의 기수처럼 비춰진들 총선 승리라는 당리와 정치공학적 선택, 개인의 영달을 위해 길손처럼 훌쩍 떠나는 수장들을 지켜보는 공무원들이 움켜쥔 권한을 애써 내려놓으려 할까. 올해 등록 규제 수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인 2012년의 1만4,800여개에 비해 고작 250여개가 줄었을 뿐이다.

지난해 교수들이 한 해를 되돌아보며 뽑은 사자성어는 옳고 그름을 바꿔 사실을 호도한다는 뜻의 '지록위마(指鹿爲馬)'였다. 또 한 해가 지나는 동안 변한 것이 별로 없다. 세 사람이면 없던 호랑이도 만든다는 뜻으로 거짓말을 여러 사람이 말하면 곧이들린다는 의미인 '삼인성호(三人成虎)'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감히 추천한다. /박현욱 여론독자부 차장 h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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